절집 어귀 기념품 가게
집어든 목기가 햇겁하다
왜 이리 가벼워요
자작나무라 그래요
러시아 젊은 의사 지바고가 혁명군에게 끌려간 곳
자작나무 숲이던가
이국異國 풍경 속에 줄기 하얀 나무 늘 궁금했는데
자작나무라고
그릇을 다시금 들여다 보다
시베리아만큼이나 먼 나무가 붉은 칠을 하고
시골 가게 한 모퉁이에
먼지를 둘러쓰고 있다니
슬픈 사랑이 눈앞에 있다니
밤새워 읽던 소설들은 아련하고
남의 사랑에 내 가슴 아리던 시간은 이제
어디로 갔을까
여기
먼지 쓴 그릇으로 돌아왔을까
자작나무 숲
거기 가면 있을까
◇유영희= 통영 출생. 월간 <수필과 비평> 신인상 등단. 한국문협, 통영문협, 수필과비평작가회의회원, (현)수향수필문학회 회장. 수필집 <옹기의 휴식>
<해설> 여행길에 두른 절 상점에서 우연히 본 자작나무로 만든 기념품 목기의 심상을 자자하게 풀어내고 있다. 1연 2행의 ‘햇겁하다’는 가볍다의 전라남도 방언으로 무겁다로 비례되어 이 시를 한층 아그레망(꾸밈음) 속으로 끌려가게 한다. 2연과 3연에서는 그 유명한 의사 지바고 소설을 차치하더라도… . 절 가게 한 모퉁이에 먼지 쓰고 버려지듯 방치되어 있는 목기의 처량한 신세에 대해 정감한 눈으로 바라본 애틋한 소이가 있다. 화자의 병합되는 의식 속에 의사 지바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인입되며 갈무리하는 시인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