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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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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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비 오고 바람 분 뒤

땅은 견고하게 엎드린다

가장 편한 자세가 되어

끝없이 웅얼거린다

더위 먹은 새도

혼령처럼 떠도는 잠자리도

저 들판 익어가는 볏대도

무심히 귀를 기울인다

◇신평= 1956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판사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공익로펌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헌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2013)했고, 저서로는 ‘산방에서(책 만드는 집 12년刊)’, ‘일본 땅 일본 바람’,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등이 있다.

<해설> 비가 내린다. 여름 장맛비는 자유로움을 모르는 사랑처럼 위험하다. 예리한 칼날을 갈아 온종일 허공을 긋는다. 마치 무엇이 잔뜩 두려운 사람처럼 지치지도 않고 메마른 허기를 채운다.

사람은 평생 동안 제 맘 하나 다 이해하지 못하고 생을 마치고 말텐데, 감히 남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이 가능하기가 한 일일까. 사랑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 안에는 미움과 증오, 시기와 질투, 두려움과 공포, 전쟁과 죽임도 있다. 사랑하기에 미워하고 사랑하기에 전쟁을 치른다. 인간의 생각을 초월하는 무심(無心), 근본 마음자리[本源心]는 우주와 하나가 되는 생각 이전의 생각이다. 이는 의식적인 면이 아니라 오히려 무의식적인 상태로서 생이지지(生以之知)적이다. “무심히 귀를 기울인다.”는 것, 즉 선(禪)은 알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생각하여 알려 하지 않고 저절로 깨우쳐질 때까지 오직 모를 뿐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의식적인 사고가 시작되면 그것은 자신의 생각일 뿐이지 절대적인 우주적인 진실은 아니다. 사유 등 의식이 없는 원시적 상태로 마음을 놓아두어야 한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그저 인식하기만 하면 되고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 속에 무엇이 옳고 그르고 판단은 있지 않다. 오직 모를 뿐으로 오로지 그렇게 행할 뿐이다.

모든 것은 느끼는 만큼 존재한다. 잡념은 자기만의 것이다.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삿된 생각이 개입되어 있지 않기에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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