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과몰입…디지털 만능시대 영혼을 지켜라
소외·과몰입…디지털 만능시대 영혼을 지켜라
  • 박용규
  • 승인 2020.09.0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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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층에 세심한 정책 보장을
키오스크 등 디지털기기 확산
IT 사용 어려운 노인 불편 가중
장애인 재난 대응 매뉴얼 필요
스마트폰 중독 벗어나려면
이용 빈도 자가진단부터 시작
스마트쉼센터 상담교육 활용
취미 탐색 등 대안활동 찾아야
코로나로 비대면이 가속화 될수록 노인 등 취약계층은 디지털 이용에 더 큰 불편을 겪고, 아이들과 코로나로 우울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도 더 심해지고 있다.

[창간 24주년 특집...코로나가 바꾼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비대면 사회의 ‘어두운 그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사회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람 간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반적인 사회 문화와 정책은 ‘언택트’를 향했다.

문제는 디지털 격차와 물리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 언택트 취약계층이 존재한다는 것. 기저질환과 고령 등의 이유로 코로나19에 대한 치명률이 가장 높은 노년층은 마스크 알리미 앱의 활용이 어려워 공적 마스크를 받기 위해 여러 차례 감염 위험 현장에 노출돼야 했다. 다수의 발달 장애인에게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사용은 높은 벽과도 같았다.

‘스마트폰 중독’도 다시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 2만8천592명 중 20%는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일상에서 스마트폰 이용을 조절하지 못해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언택트’ 사회…심화하는 사각지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속에 ‘언택트’는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았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비대면, 비접촉을 뜻한다.

사람 간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사회 활동은 온라인과 모바일 등을 통해 이뤄졌다. 지자체의 행정 업무에서부터 상점 출입과 교통편·영화 예매에 이르기까지 다수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각 매장에는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가 자리를 잡았다.

한 국내 키오스크 생산업체는 코로나19가 급격한 확산세를 보였던 지난 3월 제품 공급량이 전월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근 비접촉 소비의 확산으로 키오스크 공급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외에도 키오스크를 찾는 자영업자와 소규모 프랜차이즈가 많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사회의 가속화는 사각지대를 심화시키는 반작용도 낳았다.

대구 달서구 주민 박모(72)씨는 근래 비대면 행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복지센터에서 자꾸 가급적이면 오지 말고 전화나 기계를 사용해 업무를 보라고 하는데, 그런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모(여·69)씨는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소외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장씨는 “자꾸만 잘못 눌리기 십상이라 기계로 주문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도와달라기도 미안해 동사무소나 매장에 기계가 있을 때는 먼저 주눅이 든다”고 말했다.

다수의 노인은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때도 QR코드를 사용하지 못해 근처에 도움을 청하거나 수기로 출입 명부를 작성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알리는 온라인 브리핑 자료를 시청하는 것도 노인들에게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장애인들도 비대면 사회에 큰 고충을 겪었다. 마스크의 일상화는 입모양을 통해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소통의 어려움을 안겨줬다. 시각 장애인과 발달 장애인은 물리적 한계로 키오스크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마스크의 가운데 부분을 투명창으로 설계해 상대의 입모양을 볼 수 있게끔 한 ‘립뷰 마스크’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6개월 여가 지나서야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스마트폰 이용 빈도를 높인다

코로나19 사태는 모바일·언택트 중심 사회와 함께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도 함께 부추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디지털 매체 사용 시간이 대폭 늘어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독포럼’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전후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도박 등 중독성 행동 변화 실태조사’는 이를 잘 대변한다. 거리두기 시행 이후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44.3%에 달한 반면, 감소했다는 응답은 4.1%에 불과했다.

평소에도 스마트폰 사용이 잦았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더 잦아졌다는 직장인 박모(28·경북 칠곡)씨는 “휴대폰이 손에서 없는 시간은 공허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가진다”며 “계속 보면 눈도 아픈데 자꾸 보게 된다. 중독은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매번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창구로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중독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중독포럼의 조사는 사람들의 이용이 늘어난 콘텐츠(중복응답)가 △SNS 및 온라인 채팅 48.6% △뉴스 47.2% 순으로 기록됐음을 보여준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일수록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도 또다른 중독의 요인이다. ‘코로나 블루’가 스마트폰 이용 빈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일반 시민 1천68명을 상대로 실시한 ‘코로나19가 대구시민 삶에 미친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7%가 코로나19로 불안·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중독포럼의 조사는 불안·우울감이 심각한 사람 중 스마트폰 이용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47.3%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26.4%)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중독 위험도 증가하고, 정신적 취약층이 위험하다고 피력했다.

김혜림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이나 우울감, 무기력증 등을 경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스마트폰 사용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스마트폰 중독은 우울, 불안, 불면, 인터넷 게임 중독 등의 정신 건강의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와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에게 비대면 사회의 가속화는 ‘벽’ 그 자체였다고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에 대한 어려움은 더해지지만 장애인 사회를 타깃으로 한 세심한 방역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코로나19 방역과 격리 지원과 관련해 장애인을 타깃으로 한 정책은 사실상 없었다”면서 “장애인도 국민으로서 아주 당연히 감염증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2차 코로나19 대유행과 더 나아가 이후의 국가적 재난 발생 상황을 대비해서라도 장애인을 위한 재난 대응 매뉴얼이 확립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회학 전문가도 노인과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방역 대응 체계가 완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년층과 장애인은 도리어 국가에서 가장 보호해야 할 코로나19 취약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구체적인 정책적 논의가 없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 계층을 타깃으로 한 세심한 정책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폰 중독은 올바른 인식과 스마트폰 사용량의 감소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 김혜림 교수는 “척도를 이용한 평가 등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첫 단계다”라며 “다른 취미활동이나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대체해 사용 시간을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회적 문제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구시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소속의 대구스마트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스마트쉼센터는 스마트폰 과의존을 예방하기 위한 ‘레몬교실’, ‘WOW 멘토링’, 1인당 8회의 가정 방문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교육은 총 529회 진행될 예정이며, 가정 방문 상담은 85명이 받고 있다.

대구스마트쉼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전에 비해 증상에 대해서나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에 대한 부분을 문의하는 전화가 늘었다”며 “학부모들 입장에선 자녀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되도록 집에 있으라고 할 수밖에 없어 (중독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용규·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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