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발달의 역사에서 발견한 ‘위험’과 ‘기회’
사회복지 발달의 역사에서 발견한 ‘위험’과 ‘기회’
  • 승인 2020.09.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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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주 대구시사회복지협의회장, 동촌종합사회복지관장
“어느 먼 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사망하였다는 소문과 함께, 또 다른 도시에서는 성문을 봉쇄함으로써 열에 한명 정도의 사망자만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고, 몇몇 수도원에는 모든 수도자들이 희생당했다는 소문들도 섞여 있었다. 어느 날,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시작으로 고열과 함께 기침과 피가 토해지고 몸의 여러 곳에 검은반점이 생기면서 서서히 의식이 흐려져 왔고 나의 가족들은 소문처럼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날은 1348년의 어느 날 쯤 이었다”

흑사병은 유럽인구의 최소 1/3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흑사병으로 사망한 인구를 회복하는 데는 약 20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한다. 그러나, 이 흑사병은 우리 인류에게 상처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 유럽의 여러나라가 감염병에 대한 공중위생관련 여러제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감염을 막기 위해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부두로부터 일정기간 묶어놓는 검역제도가 생긴 시기도 이때부터라 한다.

인구의 감소는 곧 노동력의 감소를 의미하며, 줄어든 노동력은 이미 확장되어있는 인간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인구가 줄어들자 당연히 노동력을 가진 인구 또한 줄어들었으며, 귀해진 노동인구의 관리체계와 보상체계에 대하여 지배계급의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가 영국의 ‘빈민법(1601년)’이라 한다. 빈민법의 동기와 목적에 대해서는 서로 대립하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국가주도의 사회복지정책의 등장’이었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일이다.

18세기 후반, 기계와 동력을 발명해 냄으로써 ‘생산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풍요’를 선물하였으며,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 중 일부는 노동시장에 안착하여 풍요의 온기를 곁불 쬐듯 누릴 수 있었으며,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생겨난 신흥자본가들은 개인 또는 몇몇으로 단체를 만들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의 자선행위를 펼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들불처럼 번진 산업혁명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도시로 유인하였으며,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은 ‘빈곤’과의 직면과 함께 주택난, 교통난, 급수난, 불결, 범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됨으로써 사회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도시로의 인구쏠림현상에 대해 적극적 개입이나 정책의 시행이 늦어진 정부에 앞서 지역사회차원의 여러 운동이 ‘민간’으로부터 일어나게 되는데, 그 운동의 하나는 ‘자선조직협회’의 설립이다.

자선조직협회의 설립은 그동안 신흥자본가들에 의해 이웃돕기성격의 수많은 자선단체들을 ‘하나의 조직’ 아래에 모음으로써 모금과 자선행위는 체계화, 효율화되어 많은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고통 속에 있는 대상자를 구제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또 하나의 움직임은 ‘인보관 운동’으로 문제발생지역 즉, 빈민지역에 직접 뛰어들어 ‘인보관’을 설립하고 교육과 의식화를 통하여 지역사회환경과 생활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둔 복지운동이었다. 이렇듯 민간으로부터 출발한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조직적 행동은 ‘민간 영역의 사회복지’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1920년 말, 전세계 경제의 발목을 묶어버린 ‘대공황’은 세계경제를 후퇴시키고 침체된 경기는 국민의 생활을 궁핍으로 내몰았으며, 대부분의 나라에 ‘위험’의 위력을 과시하였으나 많은 국가들로 하여금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을 각인시켰으며, 위기에 직면한 사회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된 ‘위험으로부터의 경고’였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우리’라는 단어와도 잠시 거리두기를 해야 할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요구받고 있다. 우리가 감염병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예방과 치료에는 조심하고 애타게 기도하는 것 이상의 대단한 장치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막연한 믿음일지도 모르지만 소시민으로서의 믿음은 “인류에게는 위험을 극복하는 DNA가 있으며, 단 한 번도 위험에 굴복한 일이 없으며, 그 위험을 극복했을 때는 그 위험은 언제나 도약의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매년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로 법정기념일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증진하고 사회복지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1999년 9월 7일 제정되었으니 올해로 21회를 맞이한다. ‘사회복지의 날’이 제정된 후, 지난 21년 동안 우리사회의 변화, 사회복지현장의 변화, 사회복지대상자의 삶의 변화, 사회복지종사자의 변화들에 대한 산술적 통계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회복지의 날’인 9월 7일은 그러한 산술적 숫자를 잠시 내려두고 헌법 제 34조 1항에 축약되어있는 권리 즉,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거창한 그 헌법정신도 그 시작은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을 위한 작은 관심과 배려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한번쯤 되새겼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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