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이없는 강호순 팬 카페
<기자수첩> 어이없는 강호순 팬 카페
  • 승인 2009.02.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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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녀자 7명을 살해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인터넷 팬 카페가 등장해 충격을 던졌다.

물론 카페는 네티즌들의 비판에 개설 5일만 인 지난 6일 “유가족 여러분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글과 함께 문을 닫았다. 그러나 `ilovehosun(나는 강호순을 사랑한다)’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강호순 팬 카페는 개설 5일 만에 2만 명에 가까운 회원이 가입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일례로 10년 전인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이 입고 있던 `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신창원이 검거 당시 입었던 화려한 색깔의 쫄티는 `신창원 티’ 라는 유행을 넘어 신창원 신드롬을 불러일으켜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물론 강호순 팬 카페는 폐쇄됐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살인자를 추종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팬 카페 운영자가 “카페의 주소는 살인범 강호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비에 기인한 사랑”이라며 “사회안전망과 범죄자의 인권에 대한 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이번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도”라고 카페 개설의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카페이름인 `ilovehosun`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카페 게시판에는 사형제 폐지 및 살인자의 인권 옹호에 관한 글 이외에도 `강호순은 영웅이다’, `강호순을 사랑한다.’ 등과 같은 어이없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었다.

이에 각종 언론에서도 팬 카페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져 나왔고 비판기사에는 ”말세다. 말세야. 진짜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려고…“라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팬 카페 소식을 들은 피해자 가족은 얼마나 울분이 터졌겠는지 가늠이 된다.

물론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만들 수도 인고 팬 카페를 만드는 것도 자유다. 그러나 피해를 본 유족의 아픔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유족들은 엄마, 딸, 누이가 실종된 뒤 수년간 지옥 같은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강호순이 검거됐다고 이들의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강호순의 인권을 거론하며 유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지영기자 you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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