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모든 비즈니스는 디자인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모든 비즈니스는 디자인이다
  • 승인 2020.09.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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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는 아득한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살았던 흔적이 확인되는 곳이다. 신라는 민족 최초의 통일국가를 건설했다. 그 힘은 창조와 수용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신라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달 초 경주 시내에 있는 신라시대 무덤에서는 1천500년 전 금동관과 금동신발 등 아름다운 문양의 장신구들이 특이한 형태로 한꺼번에 출토되었다. 경주의 왕릉, 고분 등 수많은 사적과 여러 발굴 자료들에서 보게 되는 다양한 문양들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이처럼 경주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고인 동시에 ‘고대 디자인 백과사전’이다.

20여년에 걸쳐 쓴 문명기행 ‘문명은 디자인이다’에서 권삼윤은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디자인은 “옷이나 신발, 헤어스타일, 광고포스터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 자원 그리고 다른 인간 집단 간의 관계 설정까지 아우르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그는 또 “문명은 무늬의 세계이며, 무늬의 세계는 곧 디자인의 세계”라고 하였다. 그런데 디자인의 세계는 철저히 ‘다름’을 추구하며, 문명 또한 그러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생명체가 제각각이듯 ‘같음’은 생명의 원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업도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다움’으로 철저히 남과 ‘다름’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차별적 디자인은 제품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서 제품 디자인은 고객 서비스(28.31%)에 버금가는 높은 비율(26.3%)을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성능을 중요시 여긴다는 비중은 16.6%에 그치고 있어,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제품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에서의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예술적 외양이나 기능상의 편리성을 설계하는 것만이 아니다. 디자인의 창조적 활동은 기업의 로고나 심볼, 심지어 건물의 외관에도 도입된다. 나아가 거의 모든 경영 분야에 디자인이 적용된다. 그리고 디자인의 가장 상위 단계는 ‘비즈니스 디자인’이다. 맥도널드를 성공시킨 레이 크록은 “우리는 햄버그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를 한다”라고 하였다. 스타벅스도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문화를 판다”고 했듯이 비즈니스의 기본 철학도 디자인해야 한다.

이렇듯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여러 영역에 반영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다. 대학에서도 ‘디자인 사고’가 경영학 교육에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대구대학교의 이웅규 교수는 실무성이 결여된 경영학 교육의 문제 해결에 ‘디자인 사고’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디자인 사고’란 한마디로 디자이너처럼 사고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의 감수성과 창의적인 생각, 그들의 접근 방법을 적용하여 경영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다. 핵심은 최종소비자가 경험하게 될 해결책을 중심으로 사고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디자인 사고’는 고객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문제를 인식하고, 창의성의 발현에 주의를 기울이며,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을 거듭하게 된다.

디자인은 이제 기업의 생존은 물론, 비즈니스 성공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 복잡·다양한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사고’를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은 기업 구성원 모두의 일이며, CEO에서 일선 직원들까지 모두의 책임이다. 에어비앤비, 나이키, 펩시, 구글, 애플과 같이 성공한 기업들은 예외 없이 ‘디자인 사고’를 실천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의뢰한 ‘마우스’나 이마트의 ‘돋보기가 달린 카트’가 이렇게 개발되었다. 스위스챔프나이프, 2중 솔기를 적용한 야구공, 왕관형 병마개, 포스트 잇 노트, 프라이탁 가방, 행운의 무쇠물고기 등도 모두 ‘디자인 사고’를 적용한 결과다.

“디자인은 애플의 영혼”이라고 말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다. 그가 2008년 어느 일요일 아침 당시 구글의 수석부사장이었던 빅 군도트라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전화를 걸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구글 앱의 ‘Google’ 로고의 두 번째 ‘o’자의 노란색 그림자 색상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내일 당장 사람을 보낼 테니 이 글자의 노란 색상을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 군도트라는 CEO란 일요일에 노란 글자의 그림자까지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고 술회하였다. 이처럼 디자인은 비즈니스 자체이며 전부다.

“Design or Decline(디자인하든지 망하든지)” 이는 1970년대 후반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영국의 산업을 재건한 마가렛 대처 총리가 디자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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