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우울한 風景
<좋은시를 찾아서> 우울한 風景
  • 승인 2010.06.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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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우

정우상가 앞
나이도 없는 연인들이 수도 없이 지나간다
도란도란
都心속 신호를 건넌다

-저마다 푸드득거리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상처 하나쯤은 안고 걸어갈 거야-

지나간 길 위로
뚝뚝 떨어지는 네온
어느 가난한 해였던가
야근을 마친 젊은 사내의 작업복을
요염하게 밟고 지나가던 그 빛이었든가

상가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버려진 폐지를 줍는 노인의 손수레 위로
후두둑
우르릉
굵은 빗발, 소나기
노인의 젖은 꿈이 눕는다

텅 비어 버린 사내의 시야에
오래된 추억 속 여인 하나 뛰쳐나와
사내에게 연애를 건다
실낱같은 한 生을 뿜어대는 담배연기
화려한 네온 뒤로 몸을 숨기고
기억을 뛰쳐나온 사내가 연애를 한다

쇼윈도 한쪽 끝에 쪼그리고 앉아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노인의 등짝 굽은 미소 옆으로
나이 없는 연인들이 지나간다

1963년 경북김천産, 참글노동문학회.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현) 한시문협 청백리문학 연구위원, 현) 낮은 시 문학회 회장

<해설>감정은 상대평가이다. 네온 빛이 화려한 날 일수록 야근하고 나오는 처지가 더욱 처량할 것이다. 빈 종이 박스 몇 개라도 횡재한 듯 주워 싣지만 비는 그 횡재조차 서럽게 만든다. 연인들조차 모호하니 풍경은 우울할 수 밖에.

-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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