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 TK ‘슈퍼 세이버’ 증가
소비심리 위축 TK ‘슈퍼 세이버’ 증가
  • 곽동훈
  • 승인 2020.10.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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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회수율25.9% 최저
전국 48.3%에 크게 밑돌아
장기 불황에 현금 보유 심리
은행권 대여금고 보관 늘고
개인금고 판매량도 상승세
대구·경북(이하 TK)의 5만 원권 회수율이 25.91%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풀린 5만 원권 4장 중 3장이 어디론가 숨었다는 뜻이다. 지역 금융권 및 유통업 관계자들은 장기형 침체때마다 등장하는 ‘슈퍼세이버’(현금 확보 비중을 늘리는 과잉 저축자)들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TK 지역의 고액권 회수율이 타지역보다 크게 낮은 이유는 침체된 소비심리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5만원권 회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0년 9월까지 12년간 발행된 5만원권은 전국 233조 8만 원으로 이 중 48.3%인 112조 3천만 원이 회수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 25.91%, 부산·경남 26.55%, 대전·충청 35.61%, 광주·전라 38.83%, 수도권·강원 60.14%, 제주 223.08% 순으로 TK 지역의 회수율이 가장 낮았다.

5만 원권의 ‘돈맥 경화’ 현상은 지역 경제와 가계 살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1부터 2019년까지 전국 연평균 성장률은 3.0%인데 반해 대구는 2.5%, 경북은 1.4%에 그쳤다. 특히 2015년 이후 지역의 경제 성장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올해의 경우 더 비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6월 TK 지역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1.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기중앙회는 TK 지역 33.9%를 차지하는 제조업계의 지속적인 불황을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장기형 침체가 계속되면서 TK 지역의 소비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위축된 경기는 현금 보유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고, 현금 보관을 위한 개인금고 판매량도 높여놨다.

온라인 판매를 주로 하는 한 금고 제작 업체 관계자는 “판매되는 금고 가격은 평균 250만 원 정도인데, TK 중 특히 대구지역 판매가 지난 5~6년 전부터 꾸준하게 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양호한 편이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돈맥 경화’ 현상은 지역 금융가에서도 포착된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여금고에 5만 원권 뭉치를 쌓아두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지역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졌고, 정부 정책 변동성이 심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득과 재산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비교적 보수적인 지역의 고액 자산가들이 차라리 현금으로 보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동훈기자 kwa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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