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약관 설명 미흡에 보상 못 받아”
“보험사 약관 설명 미흡에 보상 못 받아”
  • 정은빈
  • 승인 2020.10.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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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보험사서 1인 시위
집 비운 사이 현금 553만원 도난
주택화재보험금 청구 불구 퇴짜
전문가 “현금, 가재로 보지 않아
원칙적으로 손해 보상 어려워”
가입자 “설계사 안내 못 들어
합의점 찾을 때까지 시위 지속”
보험사
2년여간 한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갈등을 겪어온 A(64·경북 경산 하양읍)씨는 지난 15일 이 회사 대구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정은빈기자

지난 2018년 10월 A(64·경북 경산 하양읍)씨가 집을 비운 새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빈집이던 A씨 뒷집 창문을 넘고 주방으로 들어와 귀금속과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A씨가 잃어버린 것은 현금 553만원과 귀금속 3점(당시 시가 289만원 상당).

A씨는 이 때 5만원짜리 지폐를 총 300여만원 넣어둔 저금통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주방 서랍에 있던 식도도 함께 없어졌다. A씨는 바로 112에 신고했지만 주변에 CCTV가 없어 범인을 잡지 못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들어둔 주택화재보험이 떠올라 2018년 11월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의 보상 범위에 도난손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로부터 현금은 보상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곧이어 A씨는 빈집으로 방치된 뒷집 현관문 잠금 상태를 살피러 갔다가 잃어버린 식도와 저금통 조각을 발견해 경찰에 추가로 진술했다. 현금을 도난당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겠다 싶어 다시 보험사를 찾았지만 역시 퇴짜를 맞았다. 보험사는 잃어버린 귀금속에 대해서는 보상해 주기로 했지만 화가 난 A씨는 보험금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A씨와 보험사 간 분쟁은 2년여간 이어졌다. A씨는 지난 15일부터 이 보험사 대구사옥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씨가 시위까지 결심한 이유는 보험 가입 당시 현금은 보상되지 않는 점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가 현금 보상은 안 된다고 안내했다면 집에 돈을 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 A씨는 작년 10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지난 6월 “해당 약관 및 모집 시 녹취 내용 등을 근거로 보상하는 손해 여부를 결정한 사측의 업무 처리가 그 자체로 부당하고 보기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감원은 사측이 제시한 녹취록을 들면서 보험 가입 시 보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보상 가능한 것들은 열거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점에 대해서도 “일부 시민은 모를 수 있으니 설명 했어야 한다. 중간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면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주택화재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 현금 보상에 대한 갈등은 종종 발생하는 문제다. 보상 범위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험상품 자체가 가재(家財·재산 가치를 지닌 물건)에 대한 손해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현금은 가재로 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보험사가 현금 손해를 보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한 보험사도 약관을 통해 도난손해가 발생했을 때 주택 내 ‘일반가재’와 보험증권에 명기해야 보상받을 수 있는 ‘명기가재’에 대해 보상한다고 정해 놨다. 귀금속과 1점당 300만원 이상 귀중품, 증서, 장부 등이 명기가재에 해당한다.

서득진 손해사정사(휴먼인 손해사정주식회사 대표이사)는 “도난 자체가 입증이 되더라도 현금은 원칙적으로 보상받지 못한다. 가정집에서 현금을 계속 갖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귀중품도 보험증권의 귀중품명세서에 명시된 것만 보상 대상으로 본다. 동일 선상에 놓고 보면 현금도 미리 명시해야 하는데 사측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이후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약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보험금 과소·미지급 등 분쟁을 겪는 사람은 금융감독원(콜센터 1332)이나 손해보험협회 등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법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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