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공은 상대에게로 넘어간다
언젠가 공은 상대에게로 넘어간다
  • 승인 2020.10.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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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공(ball)을 가지고 하는 운동 경기를 보면 득점을 낼 수 있는 공격의 기회가 있고, 반대로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서 실점이 없도록 하는 수비의 때가 있다. 이 과정은 정해진 숫자만큼의 공격의 횟수가 있는 경기도 있고, 수시로 공격의 타이밍을 잡는 경기도 있다.

보통 중간에 네트(net)가 없는 축구, 농구 같은 경기는 수시로 공격과 수비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늘 바쁘다. 순간에 공격 모드로 돌입해야 하고, 순간에 수비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반면에 배구 같이 중간에 네트가 있는 운동 경기는 공을 가지고 3번의 공격 기회를 가진 후 더 이상 공을 자기편에서 쥐고 있으면 안 된다. 공을 상대편으로 넘겨주어야 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공격의 기회가 왔을 때는 기회를 잘 살려 득점으로 연결하여야 하며, 수비 때는 실점이 되지 않게 수비를 잘함과 동시에 다음 공격의 기회, 즉 공이 넘어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네트(net)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는 배구 경기와 한 것 같다. 사람의 대화도, 사람과의 관계도, 물건의 교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언젠가는 공(ball)이 상대방에게 넘어갈 때가 온다. 그런 날이 올 것이란 것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며, 또한 그날을 위해 준비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공이 내 손안에 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공을 손에 쥐고 필요할 때마다 공격을 적절히 해가면서 승기를 잡아가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렇지 않더라’는 것쯤은 살아보면 이내 알 수 있다. 세상은 한 번은 내가 공을 가지고 승기를 잡았다면, 다음 한 번은 상대방이 공을 가지고 승기를 잡도록 해준다. 그것이 세상 이치다. 언젠가는 상대방에게로 공을 넘겨주어야 한다. 언제나 공은 내 손에 있으며, 그 공으로 나는 언제나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알았다면 우리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공을 쥐고 있을 때는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공이 넘어갔을 때는 불리하다고 너무 기죽어 살지 말아야 한다. 승기(勝機)는 돌고 도는 법이다.

요즘 정치권이 뜨겁다 못해 시끄럽고, 난잡스럽다. 그래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되도록 정치권을 향해 눈을 돌리려 하지 않지만 우연히라도 보게 되면 이런 공수전환(攻守轉換)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줄기차게 상대 진영을 향해 공격을 하던 한쪽 당(黨)이, 어느 날에서는 공격을 퍼부었던 상대 당(黨)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세상살이가 참 웃긴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다.

이런 간단한 법칙도 모르고 평생 자신이 공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보다. 지금은 내가 유리한 입장이지만 어느 날에는 내가 불리한 입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날 입장이 바뀌어 수비를 해야 될 때, 즉 힘도 없고, 여유도 없는 그런 을(乙)의 입장이 될 수도 있음을 알고, 그날을 위해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남는 것은 사람이다. 속담에 ‘정승 집 개 죽은 데는 가도, 정승 죽은 데는 안 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력은 한순간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이 말은 아무리 높은 권세도 십 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이다. 지금은 내가 힘이 있고, 상대방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유리함의 순간도 언젠가는 상대와 나의 입장이 바뀌는 날이 오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후배, 후임 같은 약자들에게 잘해줘야 한다. 지금은 그들이 힘이 없어 보이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그들이 우리를 돌보고, 우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존재가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고, 남편과 아내가 자신보다 힘이 약한 배우자에게 잘 대해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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