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에 걸린 오브제, 다시 보니 작품…UMBER, 손노리 ‘어머 omo’展
‘Bar’에 걸린 오브제, 다시 보니 작품…UMBER, 손노리 ‘어머 omo’展
  • 황인옥
  • 승인 2020.10.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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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대신 평범한 장소 탐색
버려진 물건 해체하고 재연결
“일상과 미술 허무는 작업 추구
작품 통해 관람객들 연결되길”
손노리작-2
손노리 작.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의 온도차는 크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온라인 등의 비대면 문화 행사가 대세 아닌 대세가 되고 있지만 직접 대면해 온기를 주고받는 소통에 비할 바가 못된다. ‘소통’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 손노리에게 작품의 완성은 ‘관람객’이다. 관람객이 작가가 구현한 작품을 대면하고, 상호관계를 맺으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의 기운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비로소 온전한 작품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한다고 믿는다.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록바(rock bar) ‘UMBER’(대구 북구 대학로 10)에서 열린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은 손 작가가 추구해 온 주제인 ‘소통’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번 전시는 친구와 술과 음악으로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내는 대학가의 바(bar)를 찾은 손님이 의도하지 않은 전시 관람자가 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술이 권위있는 전시장이나 미술관이 아닌 일상 속으로 들어가 일상적인 소통의 형식을 취했던 것.

일상과 미술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UMBER’에서의 전시는 작가의 의도와 일맥상통했다. 그녀는 “나는 늘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는 전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일상의 공간에서 공간에 있는 작품이 작품인지 아닌지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가 연결되고 어우러지며 즐기는 전시”라며 “‘UMBER’ 전시는 정확히 내 취지에 부합하는 전시였다”며 ‘UMBER’에서의 전시 소감을 밝혔다.

손 작가는 작품이 대단한 권위를 획득해 유명한 작가로 명성을 떨치기보다 일상과 미술이 상호소통하며 미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작업의 지향점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미술이 일상이고 일상이 미술인 예술을 추구한다.

예컨대 재봉틀 부품을 재조합해 만든 작품 앞에서 할머니가 바느질 하던 시절을 떠올리고, 작품 속 재료인 폐부품을 보고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는 고물상에 가져가면 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쓸모없다고 여겨진 물건들로 만든 작품을 보고 아이들이 다양한 것을 떠올리고 깔깔거릴 수 있다면 있다면 비록 작품이 팔리지 않을지라도 작가로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믿고 감격에 겨워한다.

작업의 핵심 주제인 ‘소통’은 △작가와 작품의 소통 △작품과 관람객의 소통이라는 2가지 차원에서 빛을 발한다. 전자의 경우는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해체‘한 후 해체한 부품들 간의 ’연결(관계맺음)‘을 통해 작품이 탄생한다. 흔히 버려진 사물이 작품으로 재탄생 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았다는 표현을 쓰는데 작가는 이 표현에 고개를 젓는다.

손 작가는 “사물은 물감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해체된 오브제나 작품에서 살았다거나 죽어있다는 식의 분별은 의미가 없어진다. “해체한 오브제로 만든 제 작품이나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나 다르지 않아요. 둘 모두 창작물이고 창작의 재료는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작가의 소통에 대한 의지는 마침내 디지털미디어 장르로까지 확장됐다. 대학원에서 디지털미디어아트를 전공했다. 대학원 진학은 미디어라는 기술적인 소통 도구로 작품을 제작하고 관객과 상호 연결된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소통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작가는 대학원 과정 동안 다양한 디지털미디어아트 작품을 실험했으며, 이를 계기로 기존의 아날로그 작업에 대한 가치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현실 세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되어 서로 같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구분없이 작업을 확장해 가고 싶어요.”

‘소통’과 ‘연결’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연결 없는 소통이 있을 수 없으며, 소통 없는 연결도 의미가 없다. ‘연결과 소통’이 화두가 된 계기는 의외였다. 세상과 소통에 서툴렀던 작가의 기질과 관계됐다. 그런 기질로 인해 세상과의 직접 소통 대신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에두른 소통에 집중하게 됐다.

“사람들과 소통은 서툴렀지만 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남다른 독특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작업으로 연결하는데 집중하게 되었어요.”

‘UMBER’는 예술인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락바를 찾았지만 막상 전시를 시도한 경우는 없었다. 작가는 ‘바’라는 전위적인 공간에 매료되어 ’UMBER‘ 운영자에게 전시를 제안했고, 정형화된 전시장에서 할 수 없었던 퍼포먼스 등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형식들을 마음껏 펼쳐냈다.

손 작가는 상식을 뛰어넘는 전위적인 이번 전시에 ‘어머 omo’라는 제목을 붙였다. “의외성에 놀라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붙인 제목인데, 예상은 적중했어요.”

이번 전시의 컨셉트 역시 ‘연결’. 영감은 코로나 19가 제공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자 세상이 의외로 밀착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런 현상을 작품에 녹여내고자 했다. ‘락바’에서의 전시는 작품과 공간, 작품과 작품, 작품과 락바를 찾은 관람객을 빛으로 연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해체된 오브제들을 재구성해 만든 샹들리에나 전등 형태의 조명기구들을 설치해 빛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했다. 또한 공간 곳곳에 번뜩이는 재치로 중무장한 작품들을 배치했다.

“천상과 천하의 빛과 사물과 사람과 공간의 연결임과 동시에,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소리가 나고 빛이 밝혀지고 빛이 있는 공간에서 저마다의 색은 드러나고 그 사이 삶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각양각색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을 작품과 퍼포먼스로 구현해 보았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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