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경찰서 김준도 경위 “정보 취약 탈북민, 금융 사기 막아요”
수성경찰서 김준도 경위 “정보 취약 탈북민, 금융 사기 막아요”
  • 정은빈
  • 승인 2020.11.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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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예방 스티커 300개 제작
특허청 디자인 등록 출원 완료
내년엔 QR코드도 제공하기로
김준도 경위
탈북민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물인 ‘휴대전화 마스크 스티커’를 제작한 대구 수성경찰서 보안계 신변보호관 김준도(43) 경위가 5일 오후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물건으로 탈북민들에게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알릴 방법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구 수성경찰서 보안계 김준도(43) 경위가 직접 구상하고 제작 주문한 ‘휴대전화 마스크 스티커’가 5일 세상에 나왔다. 첫 생산량은 300개다. 제작비로 1개당 1천원이 들었다. 가로 4cm, 세로 3cm 크기의 스티커에는 “마스크 착용 전화사기 예방”이라는 문구가 적혔고, 문구 위에는 마스크를 쓴 포돌이, 포순이 그림이 그려졌다.

김 경위는 지역 탈북민을 보호·관리하는 신변보호관이다. 그는 탈북민 누구나 늘 지참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물을 고민하다 휴대전화를 떠올리고, 뒤편에 붙여둘 수 있는 스티커를 고안했다.

디자인은 코로나19 시대에 일상화된 마스크에서 따오고 이름도 ‘휴대전화 마스크 스티커’라고 붙였다.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 탈부착을 반복해도 접착력이 떨어지지 않고, 액정 닦이로도 쓸 수 있다.

김 경위가 “새로운 홍보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지난달 14일 있었던 일 때문이다. 당일 오전 탈북여성 이모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한 은행에서 대환대출 상품을 소개하는 문자를 받고 김 경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생활고를 겪던 이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문자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이 요구하는 개인정보를 불러주다 ‘아차’ 싶어 전화를 끊고 김 경위를 찾았다. 김 경위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직접 해당 은행으로 전화를 걸어 이씨가 들은 이름의 직원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덕에 이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경위는 “휴대전화가 보이스피싱을 거르는 마스크를 썼다고 생각하고, 의심전화가 오면 아무리 힘들고 돈이 필요한 상황이어도 끊으라는 의미”라면서 “그동안 소책자 등 홍보물을 많이 배부했지만 한 번 보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비교적 낮은 언어능력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수 있어서 버리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는 홍보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경위는 간담회나 행사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지역 탈북민을 만나 스티커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달 초 특허청에 디자인등록 출원도 했다. 결과는 내년 8월께 나올 예정이다. 이후에는 QR코드를 넣은 스티커 제작도 생각하고 있다.

김 경위는 “작은 스티커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QR코드로 연결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국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어마어마한데 탈북민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우리나라 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금융범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으면 누구나 머리가 하얘지고 묻는 대로 답하게 되는데, 의심전화를 받으면 반드시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으로 직접 전화해 물어보거나 신변보호관에게 물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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