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기업 경영의 새 원칙: ‘지속가능경영’
[박명호 경영칼럼] 기업 경영의 새 원칙: ‘지속가능경영’
  • 승인 2020.11.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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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길을 걷다 마차를 만난 나그네가 마부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하였다. 마부가 태워주자 나그네는‘예루살렘까지는 먼가요?’라고 물었다. 마부는‘여기서 30분 정도 걸립니다’했다. 30분이 지나고 나그네가‘예루살렘에 도착했나요?’하자, 마부는‘아니오, 여기서는 1시간 걸립니다’하였다. 나그네가 깜짝 놀라 ‘아까 30분 거리라고 하지 않았나요?’하자, 마부는 ‘이 마차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마차인데요’라고 대답했다.”

최근 지인이 SNS로 보내준 스토리다.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빨리 길을 가도 목적지에 이를 수 없다는 얘기다.

누구나 인생의 여정을 가다보면 길의 방향을 잃거나 갈림길도 만난다. 목적지가 명확하고 가야 할 길이 익숙할 때는 길의 선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내가 가는 길이 어디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를 때가 허다하여 선택이 어렵다. 대학에서 전공할 분야를 결정하는 일이나, 배우자의 선택은 더욱 어렵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방향을 제대로 잡기란 더더욱 어렵다.

잘 나가는 기업조차도 나아가야할 바른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달 초하루, 삼성전자는 새로운 50년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건희 회장이 없는‘뉴삼성’의 향배가 궁금하다. 대구에서 출생한 고 이건희 회장은 성공신화를 창조한 인물이다. 고인은 1987년 삼성그룹 총수로 취임하여‘신경영’과‘천재경영’그리고‘창조경영’등을 강조하며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 달 인터브랜드(Interbrand)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623억 달러(약 70조1천억 원)로 평가하고,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글로벌 톱 5위로 선정하였다. 삼성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전사적으로 확대한 점을 가치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여러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신바람경영, 고객감동경영, 신경영 등을 주창하며 경제적 가치 추구에 몰두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공동체와 조화롭게 동반 성장해야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문제에 보다 능동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많은 기업들이 이들의 앞 글자를 딴 ESG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도 이재용 삼성부회장에게 ESG에 신경을 많이 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경제적 가치만을 고려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ESG 경영이 필수라고 역설한다. 지난달 말 안동에서 열린 제7회 인문가치포럼에서, 최 회장은“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며 기업인들의 근본적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요즘은 투자자들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살펴 투자한다고 한다. 과거처럼 단순히 영업실적만 보지 않고,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벌고 쓰며, 회사를 어떻게 경영하는지를 종합해서 기업 가치를 평가한다. 그래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높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마켓4.0’의 공동저자인 허마원 카타자야는 ‘지속가능경영’을 인간중심적인 경영으로 보고 있다. 그는 환경과 안전이 별개가 아니며, 이제 인류는 생존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해관계자와 의사소통을 증진하고,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빈곤을 구제하며,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성장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정하고 비즈니스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2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한‘2020년 ESG 우수기업’시상식에서 우리 고장의 DGB금융지주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사회적 책임활동 강화, 전사적인 환경경영 추진,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로 매우 자랑스럽다. 국내 금융권에서 최초로 도입한‘CEO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은행장을 선정함으로써 지배구조 선진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향후 대구은행과 DGB금융지주의 큰 발전과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지역의 CEO들도 ‘지속가능경영’이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보편적 필수 가치임을 제대로 인식해야 하겠다. 고객과 구성원 그리고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도적으로 파악하여 철저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기업 경영의 올바른 방향이다. 19세기 미국의 저명한 문필가 올리버 웬들 홈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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