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또 다른 월드컵 승리를 기대하며
<대구논단>또 다른 월드컵 승리를 기대하며
  • 승인 2010.06.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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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교수 안경광학과 교수

요즘 남아공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식당에서든 직장에서든 사람들을 만나면 꼭 월드컵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오르고 누구와 어디 모여서 응원을 했다는 둥, 누가 잘했고 잘못했다는 둥 가는 곳마다 인사말부터 온통 월드컵 이야기다. 또 한편에서는 모 방송사의 독점 중개와 방송사간의 경쟁 없는 시시한 해설에 대한 불만도 있다.

월드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붉은 티셔츠와 응원용품의 인기상승은 물론 심야, 새벽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치킨, 족발 등의 야식용 음식과 맥주가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이 팔려 배달주문을 하면 경기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잘 모르긴 해도 지난 월드컵의 경우처럼 특히 개인투자자가 많은 코스닥 시장의 주식거래도 감소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과도한 흥분으로 인한 쇼크사 보도를 아직 듣지 못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경기 뒤에는 이따금 돌연사 소식도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사람에 따라 가지가지이다. 바빠서 월드컵을 전혀 보지 못하는 `두문불출형’이 있는가 하면 원래부터 축구에 무관심해 자기 생활만 하는 `나대로형’도 있다.

특히 스포츠에 관심 없는 노인들과 일부 여성들은 월드컵이 자신의 고유 생활마저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월드컵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월드컵이 시끄러운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월드컵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월드컵 시청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 남아공은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7시간으로 현지에서 오후 1시 30분에서 8시 30분 사이에 시작하는 경기를 우리나라에서 보려면 오후 8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3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많은 축구팬들은 4년 만에 한 번씩 열리는 빅게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TV를 시청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또 월드컵 증후군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대학생에까지 미치고 있는데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업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시험공부가 뒷전으로 밀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작용을 염려하는 전문가들은 축구경기 TV시청 시 흥분을 자제하고 수면시간 보충, 대중교통 이용 등을 조언하기도 한다. 월드컵 경기 시청 중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과도한 흥분 탓에 맥박 및 혈압이 상승하고 가슴 통증,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관전 중 음주, 흡연을 삼가고 지나친 흥분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길거리 응원 때 아이들 페이스페인팅 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의 피부는 성인에 비해 얇고 민감해서 제대로 클렌징을 하지 않으면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기에 어린이들은 더 꼼꼼하게 지워줘야 한다. 페이스페인팅 전용 물감은 보통 무독성으로 인체에 무해하지만 간혹 개인에 따라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시민의식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서울의 월드컵 응원 장소로 가장 대표적인 서울광장과 이번에 새롭게 떠오른 영동대로. 아르헨티나전 때 뜨거운 응원 열기는 양쪽 똑같았지만, 응원 후 서울광장은 깔끔히 정리된 반면 영동대로는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났다. 서울광장은 11톤 대형 청소차 20대 분량의 쓰레기가 예상됐지만, 경기 종료 1시간 채 안 돼 말끔한 모습을 되찾아 앞선 그리스전보다 많이 투입된 청소인력 90여 명의 어깨는 한결 가벼웠다.

그러나 12만 인파가 몰린 코엑스 앞 영동대로는 주류층인 20~30대가 경기 패배 실망감으로 곧장 자리를 뜨면서 거리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고 결국 5톤 청소차량 10대와 서울광장 비슷한 청소인력이 투입돼 거리청소에 나섰지만 자정을 훨씬 넘겨서야 정리가 됐다. 기업과 매점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기에 쓰레기 범람 책임을 응원단에만 돌리기는 어렵지만 우리 시민의식이 16강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리응원 갈 때 자녀들로 하여금 쓰레기봉투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경기에서도 이기고, 성숙한 시민문화도 보여주는 것이 월드컵의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시민의식은 누가 보거나 단속을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심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남은 나이지리아전은 거리응원 시간대가 아니지만 16강에 진출해 다음 경기를 할 땐 질서 속에서 멋진 거리응원으로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는 없을까? 그 땐 `질서’와 `시민의식’이라는 또 다른 월드컵에 출전한 `12번째 태극전사’ 붉은악마들의 승리도 함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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