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구지하철화재의 교훈
<대구논단> 대구지하철화재의 교훈
  • 승인 2009.02.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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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곤 (한국철도공사 T/F팀장)

올해 2월 18일이 되면 대구지하철 참사 6주기 추모제가 열리게 될 것이다. 철도에서 큰 사고는 모두 비참한 사고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고는 너무나 비참했다. 필자는 이 사고당시 일본에 있었지만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 사건은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1079호 전동차의 5호 객차에 타고 있던 김대한(57)씨가 검은 가방에서 인화물질이 든 회색 페트병 둘을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다른 승객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객차 안에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안전에 대한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 준다. 철도에서는 항공기와 달리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열차를 멈추고 승객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이 안전의 기본이다.
이 사고원인은 정신병환자의 불장난 때문이었지만 사고를 수습해야 할 기관사가 먼저 사고현장을 떠나 버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 같다.

1971년 일본철도의 호쿠리꾸 터널에서도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이 터널은 아주 긴 터널이기 때문에 터널 내에서의 사고처리 수습과정은 지하철과 그 상황이 비슷하다. 이 사고에서도 규정 때문에 현장기관사로 부터의 전기를 공급해달라는 현장상황을 무시하고 규정을 운운하다가 사고의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때 기관사는 승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수화기를 든 채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일본철도에서는 호쿠리꾸 장대터널에서 화재가 난 후 이러한 일반적인 사고수습에 관한 규정을 변경했다. 즉 긴 터널이나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는 승객이 쉽게 대피할 수 있도록 가까운 역이나 터널 밖으로 나가도록 기본규정을 변경시켰다.

대구지하철사고는 의무감 없는 운전자 그리고 철도사고에 대한 경험 없는 당황한 지하철관계자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대형 인재사고로 만들어낸 황당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기관사가 불이 난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대기해 달라’는 방송 지시만 한 뒤 자신만 대피하여 사고 시 초기의 미숙한 상황 처리가 수많은 사상자로 이어졌다고 생각된다.

변전소가 재송전하지 않은 것도 사고의 피해를 크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후에 이러한 문제점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규정에 의한 철도종사원의 업무처리시의 고충도 헤아려야 한다.

철도에 대한 규정은 많은 사고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지지만 그 규정은 어디까지나 사고피해를 줄이고 사고수습시의 기준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고 현장에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직원의 판단에 맡겨 두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요약하면, 사고의 경험으로 인한 사고처리방법의 규정과 경험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판단능력향상을 위한 교육용일 뿐 그 때의 상황에 맞추어 현장철도관계자의 사고수습대책을 위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사회의 비난도 규정만을 가지고 따지고 사고관계자를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규정을 가지고 따지고 사고관계자를 처벌하게 된다면, 사고현장의 상황은 규정과는 다르게 대처해야 사고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에서 사고수습 관계자의 판단은 무용지물로 된다.
지금까지 일어난 철도사고의 현장을 보면 전례와 비슷한 사고의 유형은 많지만 똑같은 상황의 사고는 목격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위급한 상황에서는 비슷한 사고의 대책방법과 사고사례 교육을 많이 받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지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사고 수습대책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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