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나무나 사람이나 다 같다
<대구논단> 나무나 사람이나 다 같다
  • 승인 2010.06.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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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중구삭금(衆口?金)이요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하였다.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저자에 호랑이도 나타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입은 그만큼 무섭다. 영국의 어느 공원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나무 열두 그루를 심고 이름표를 붙였다. 나무들은 키도 같았고 굵기도 같았다. 그리고는 물도 거름도 똑같이 주었다. 심지어는 그늘이 없는 곳에 나란히 심어 햇빛마저도 똑같이 받게 해주었다.

나무들은 제각각 쑥쑥 자라났다. 그런데 유독 한 나무만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였다. `어, 이 나무는 왜 다른 나무만큼 잘 자라지 못할까?’관리인은 생각 끝에 나무의 이름표를 살펴보았다. “아!”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 나무에는 `유다’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었던 것이다.`마태’, `베드로’, `요한’ 등 다른 제자들의 이름표를 가진 나무들은 쑥쑥 잘 자라는데 오직 `유다’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만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유다’라는 이름표가 붙은 나무를 보고는 `에이, 예수를 팔아먹은 놈!’하고 원망을 보내었고, 이러한 원망은 쌓이고 쌓여 마침내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나무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름표를 잘못 얻은 탓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나무도 사람의 원망을 받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으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누구든지 돌림을 받으면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원망은 일생 동안 큰 상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나무가 사람과 똑같다는 이야기는 여러 곳에 있다. 남태평양 어느 섬에서는 나무를 쓰러뜨리는데 아주 별난 방법을 쓴다고 한다. 길 한복판에 서 있어서 없애야 할 나무가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수시로 그 나무에 둘러서서 `우우!’ 하고 야유를 퍼붓는다는 것이다.

섬유질이 많아 도끼마저 튀어나올 정도로 질긴 나무이지만 거듭되는 사람들의 야유에는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마침내 쓰러지고 만다는 것이다. 나무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될 경우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가 이곳 섬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배워야 할 점은 그들이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고 나무를 사람처럼 대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우리 조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를 대할 때에는 꼭 사람을 대하듯 하였다. 겨울에 나무가 바람 때문에 소리를 내면 `나무가 운다’고 하였고, 베어놓은 나무가 갈라지거나 꼬이면 `나무가 튼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열매가 많이 맺도록 나무의 가지를 벌렸는데 이 때 가지 사이에 돌멩이를 끼우고는 `나무를 시집보낸다.’고까지 하였던 것이다. 나무에 관한 말은 모두 사람에게 그대로 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거수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마을마다 당산목이 있어 마을의 평안을 빌었던 것이다. 이로 미루어 우리는 비록 말없는 나무이지만 함부로 대해서는 아니 되듯이 세상 모든 사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아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굳이 만물양아설(萬物養我說)의 주장을 빌지 않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다 우리를 길러주고 보살펴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도 남으로부터 함부로 대접받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배하지 못하면 타인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라는 격언도 있듯이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가룟에서 온 `유다’가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긍정적인 강화를 많이 받을수록 긍정적인 인격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많이 받을수록 그는 자기효능감과 자기신뢰감을 더 많이 쌓게 되어서 훌륭한 인격자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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