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이 확장한 세계
비대면이 확장한 세계
  • 승인 2020.12.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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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며칠 전 어느 선생님께서 지인들과 모여서 파티를 열었다며, 먹을거리를 사러 가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지금 같은 때에 연말모임을 어떻게 하실까,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화상으로 만나는 모임이란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과 각자의 컴퓨터 앞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만나는 시간은 분명 유쾌할 것이었다. 비대면이 우리의 생활을 어디까지 바꾸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각종 행사들이 일상으로 여겨지는 요즘이다. 작년만하더라도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온라인 공연 티켓들이 성황리에 판매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대학 입학설명회나 마을 축제가, 각종 워크숍과 굵직한 회의들이 올 한 해 무수히 비대면으로 열렸다. 사람들은 어느새 언택트(Untact) 방식의 행사가 익숙해졌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가장 먼저 겪고, 그 위기를 가장 많이 헤쳐 나갔던 대구시교육청은 새로운 교육에 더욱 능동적인 모습이다. 지난 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열었던 ‘2020 대구미래교육포럼’은 코로나19 시대에 교육공동체가 함께 소통하는 큰 장이었다. 미리 녹화해 둔 인터뷰 영상들, 각종 자료들, 실시간 채팅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유 토론과 질의응답 등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어떤 측면에서는 현장에서 직접 만나서 여는 행사보다 더 볼거리가 풍성했고, 더 많이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이 외에도 대입 수시 전형을 위한 상담을 비대면으로 열렸고,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여 뮤지컬 공연이 실황 중계되었다. 각종 대회에 비대면 방식을 접목되었고, 심지어 학생 체험도 쌍방향으로 가정과 강좌를 연결했다. 이러한 일들에 참여하는 대구의 학생들도 이를 능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경원고의 경우 12월 18일에 열린 학교 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여 벌써 조회수가 9천 5백 회를 넘겼단다. 온라인으로 결성된 독서동아리가 진행 강사의 리드 아래 줌(Zoom)으로 만나거나, 글을 올리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활동도 활발하다. 우리 학교에서도 얼마 전 코로나19로 인해 하지 못했던 생존수업을 가상체험(VR)을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영장에 가지 않더라도 VR고글을 착용하고 생존수영교육은 물론, 선박안전, 수상구조, 심폐소생술 등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의 질적인 내용이나 교육방법 등이 코로나로 인해서 급박하게 만들어진 감은 있지만, 앞으로 충분히 발전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서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과학실험이나 리코더 등의 악기 연주와 같은 부분에서도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 볼 필요도 있다.

다음 주부터 대구시 관내 모든 학교의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해진 탓이다. 다소 갑작스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지난봄의 전면 원격수업과는 그 분위기는 분명히 다르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그 동안 이루어진 비대면의 환경에 많이 적응해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제 집에서 있을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공부를 해야 할지 이해하고 있고, 각 가정 역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터득했을 것이다. 교사들도 원격수업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지도해야 할지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울 여유가 있다. 비대면에 대한 두려움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제 종업식까지 남은 기간 동안이지만 우리 반의 어린 친구 모두가 학기 초의 모습보다 더 씩씩하고 자주적으로 원격수업을 해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비대면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모든 대면의 활동들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직접 마주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 오감을 사용하여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 누군가와 함께 같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크다. 다만 지금이 생명을 위협하는 시기라는 것, 그리고 급박한 시기에서 그 나름대로 훌륭한, 또 다른 행동의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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