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
[윤덕우 칼럼]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
  • 승인 2021.01.25 2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경찰은 오랜 염원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뤘다. 기존 조직은 국가·자치·수사 경찰로 나눈다. 그리고 2021년을 책임수사의 '원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책임수사를 제대로 할 역량이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되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막강한 권한을 거머쥔 경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을 강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권력형 범죄나 비위를 단죄해 사회정의를 구현해달라는 취지다. '경찰의 이용구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이 지난 달부터 제기됐다. 이제 경찰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수사결과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한쪽은 산천초목도 벌벌떠는 실세 법무부 차관이요, 다른 한쪽은 서민의 대명사인 택시기사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를 폭행했지만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은 택시기사 A씨의 112신고로 시작된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경찰은 폭행영상이 담긴 블랙박스가 없다고 했지만 택시기사의 말은 다르다. 택시기사는 경찰에 폭행 영상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경찰관이 이에 대해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TV조선 등의 보도내용이다. 급기야 경찰이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A 경사가 작년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이날자로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24일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담당 경찰관이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수사를 했던 서초경찰서 팀장, 과장, 서장에게 보고 여부 등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 발견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할지는 두고보면 알 일이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된 건 지난 12월 중순이었다. 하지만 한달이 넘도록 진척된 것은 없다. 경찰에서는 그동안 택시 블랙박스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파악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이 '이 차관 봐주기 수사'에 '부실수사'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택시기사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잠시 정차 중이긴 했지만 변속기가 'D'(주행)인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고 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 1항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운행 중'의 범주에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이 혐의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찰은 이 차관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으로 처리하며 '반의사불벌'로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하는지를 검토해달라는 수사의뢰서를 24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달라"고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른 것이다. SNS 상에는 "장관은 고시생 폭행 의혹,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 의혹. 어찌 입만 열면 서민 타령하는 것들이 사회 약자만 골라서 괴롭혔다고 의혹이 일어나냐"며 문재인 정권의 인물난과 코드인사를 꼬집었다.

전주지법은 지난 21일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A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경위는 특정 사건과 관련된 수사 대상자에게 사건 무마를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된 전직 경찰관도 이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막강한 권한을 쥔 경찰이 서투른 업무 처리와 부패 사건 등으로 망신을 자초하며 불신을 사고 있다.

일전에는 16개월 여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국민 공분을 샀다. 정인양이 숨지기 전 3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부모는 물론이고 경찰을 향한 사회적 분노가 폭발하면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최승렬 수사국장(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은 25일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이 차관 폭행사건과 관련해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용구 법무차관(당시 변호사)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내사 종결했던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지금 와서 보면 일부 사실이 아닌게 확인됐기 때문에,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제 국민들은 과연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권한에 걸맞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SNS상에는 '부실 수사'논란에 이어 '경찰 개혁'이 더 시급하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