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쓰는 자가 살아남는다
<대구논단>쓰는 자가 살아남는다
  • 승인 2010.06.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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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진화론의 `적자생존(適者生存)’을 `적는 자(記錄者)가 살아남는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 말에는 진실이 담겨있다.

`모나리자’를 비롯하여 `최후의 만찬’ 등 명화(名畵)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 년 전의 사람이지만 그가 남긴 기록으로 인해 그는 영원히 살아있는 사람이 되고 있다.
그는 특히 생애 후기에 과학에 매달려 인체를 해부하고 신체기관을 연구했으며, 새의 비행이나 물의 성질 등을 연구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스케치를 살펴보면 오늘날 해부학 교과서보다 더 정교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전문 의사들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도록 한 설계도와, 달리는 말(馬)의 연속 그림 등을 남겨 이미 당시에 비행기와 동영상의 기초를 닦지 않았을까 할 정도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에서 거론되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창의성 계발 문제이다. 바야흐로 미래의 무한 경쟁 시대에서는 더욱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창의성 교육 방법 중의 하나로 기록하기를 들 수 있다. 평소 의문을 포함하여 관찰한 것, 연구한 것, 책을 읽은 결과 등을 조직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이 튼튼해야 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지식은 생활에 활용되거나 다음 세대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그러나 기록에 의해 무한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빈치가 당시 최고의 `화가 · 건축가 · 기술자’라고 불리었고 또 지금도 천재로 칭송받고 있는 것은 그의 체계적인 기록 덕분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보다 유용한 지식을 생산하여 뜻하는바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 유용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지식을 그대로 암기하기보다는 여러 지식을 묶어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재탄생시키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즉 브리콜라주(bricolage)적인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

브리콜라주는 개인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것들을 재구성하여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지식으로서 바로 역량을 말한다. 역량은 기존 지식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을 포함한 인간의 총체적 능력을 뜻한다.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직업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직업에 처해져도 성공할 수 있는 준비된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주입식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결코 키울 수 없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책을 읽고, 깊이 토론하며 상상력과 설득력을 키운 사람만이 갖출 수 있고, 또한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생산하는 경험을 쌓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독서 · 글쓰기 교육은 각각 별개의 목표 아래 따로 존재해 왔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이에 독서와 글쓰기를 통합하여 새로운 산출물을 창조하는 지도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는 벌써 우리 선현들이 이미 실천해 온 것들이다. 우리 선조들은 오래 전부터 자신의 `문집(文集)’을 저술하여 책 쓰기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는 그 동안의 소극적 독서 교육에서 나아가 책 쓰기 교육을 강조하여 `학생 저자 10만 양성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물건을 생산하는 데도 생산자가 제 마음대로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생산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는 해도 지금은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는 시대이다.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를 생산에 반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책에 대해서 소비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책 쓰기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책에 대해 생산자적인 입장에로의 인식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즉 생산자(producer)이며 동시에 소비자(consumer)인 프로슈머(prosumer)의 입장을 체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책을 보다 비판적으로 읽고 그 내용을 체계화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책 쓰기 교육이 활성화될 때 우리 자녀들은 더욱 유용한 지식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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