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음식 세계로> 음식은 생명체의 시신…부처도 예수도 “살생 말라”
<대구음식 세계로> 음식은 생명체의 시신…부처도 예수도 “살생 말라”
  • 김종현
  • 승인 2021.02.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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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답게 먹고 밥값해라
축심시대, 인류음식 맛 형성
기원전 800년~200년 사이
인류 문명사에 중심 축 형성
“음식은 단맛·쓴맛·짠맛·신맛 뿐”
데모크리토스 ‘4원미론’ 주장
이걸 먹어도 괜찮을까?
동·식물은 생존 위해 독성 제조
섭취 전 해독작업 반드시 필요
녹차·녹두·레몬 등 해독 작용
다시-음식중독해독
음식 중독 및 해독. 그림 이대영

◇축심시대(axis age), 인류음식 맛까지 형성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 1883~1969)는 1949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역사의 기원과 목표(Vom Ursprung und Zielder Geschichte)’에서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를 인류문명사에 중심축을 형성하는 축심시대(Axial Age)라고 했다. 이 시대에 태어난 성인들로는 탈레스(Thales, BC 625~547), 피타고라스(Pythagoras,BC 570~495), 석가모니(Siddhartha Gautama, BC 563~483), 공자(孔子, BC 551~479), 소크라테스(Socrates, BC 470~399), 묵자(墨子, BC 470~391),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BC 460~370), 플라톤(BC 428~348),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 맹자(孟子,BC 372~289), 장자(莊子, BC 369~286), 순자(荀子, BC 298~238) 등이 있는데 이들이 오늘날 문화사의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동양 유교의 창시자 공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띠 동갑 혹은 12살 선배인 살생을 하지 말라 혹은 자비를 외쳤던 석가모니, 39살 선배인 수학의 창시자 피타고라스, 66살 선배인 철학의 창시자 탈레스, 죽고 난 9년 뒤에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던 소크라테스가 태어났고, 같은 해에 중국에서는 평등과 사랑으로 모두가 평화롭게 살자(兼愛交利)는 겸애설을 주장했던 묵자(墨子)가 탄생했다. 공자는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들었고, 소크라테스의 명성을 멀리서 희미한 소문으로 알았다. 소크라테스와 묵자는 동년배이다. 소크라테스가 10살 때에 ‘우주의 4원자론’에 이어 세상 음식 맛은 단맛, 쓴맛, 짠맛과 신맛뿐이라는 4원미론(四原味論, four-taste theory)을 외쳤던 데모크리토스가 태어났고, 42세 때에 수제자 플라톤이 태어났다. 플라톤이 34살 때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태어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후 50년 중국전국시대를 유세할 맹자가 출현했다.

마무리는 BC 3년에 중국의 묵자에게 한수 배운 것 같이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라고 외쳤던 예수 크리스트(Jesus Christ, BC 4 ~ AD 30)가 태어났다. 그는 끝판 왕으로 지구촌의 축심시대를 장식했다. 축심시대의 황금률(golden rule)로 공자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로, 예수는 “대접을 받고 싶으면 먼저 대접을 하라(do to others what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고 말했다.

◇이걸 먹어도 죽지 않을까?

1719년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Daniel Defoe, 1660~1731)는 장편소설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을 썼다. 주요내용은 폭풍의 난파선으로 표류해 무인도에 도착한 로빈손 크루소(Robinson Crusoe)는 아사직전에 닥치는 대로 먹었다가 죽음직전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선험자의 지혜를 훔치자.’ 수십만 년 전부터 지구촌에서 생존지혜를 익힌 새나 짐승들로부터 배워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은 그들의 똥을 보고 그들이 먹었던 먹이를 따라 먹었다. 그렇게 해서 2년 동안 무인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 1966년 칠레 정부는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섬을 ‘로빈손 크루소 섬(Robinson Crusoe Island)’이라고 개칭했다.

식물이나 동물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독성을 만든다. 사람이 식물이나 동물을 음식으로 먹기 위해서는 독성이 없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복어와 같은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도 3천 600여 종의 식물화학물질(phyto-chemical materials)을 생성하여 생존에 필요한 방어용 독성을 만든다. 인간은 이런 독성을 줄이기 위해 볶기, 덖기, 삶기 혹은 삶아 말리기 등으로 저독작업(低毒作業)을 한다. 그렇게 하고도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희석(稀釋), 중화(中和) 혹은 해독(解毒)한 뒤에 음식이나 약으로 먹는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흙으로 집을 지는 민족인 토가족(張家界土家族)의 민속박물관에 독단지가 전시되어 있으며, “옛날 모계사회 토가족에서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음식에 독을 넣어서 죽게 하고 반성하면 해독해서 살린다.”라는 2019년 10월 어느 날 여행안내원의 설명이 있었다. 복숭아, 사과, 살구, 은행, 대추, 매실 등의 씨앗에서도 시안배당체(cyanogenic glycosides)란 맹독이 있기에 이를 모았다가 음식에 넣어서 서서히 죽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조선시대 삼수, 갑산, 함흥, 제주도 등지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뜰에 유도화(柳桃花)를 화초로 심어 감상하다가, 사화광풍(士禍狂風)이 불면 9족멸문의 참사를 차단하고자 혼자서 자결할 독살용으로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조폭살인 혹은 보험관련 살인사건에 자주 사용되었던 투구 꽃(草烏) 혹은 협죽도(夾竹桃) 등의 푸성귀에서도, 옛날 동물수렵용 싸이나(靑酸加里)의 3천배가 넘는 시안산나트륨(sodium cyanate)이란 맹독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팁을 하나 제공하면, 시안배당체는 쓴맛이기에 단맛 사카린(saccharin)이나 벌꿀 등을 해독제로 사용하고자 가정상비약으로 시골 집집마다 갖고 있었다.

로마 네로황제를 만들기 위해 클로디우스(Claudius) 황제를 독살했던 아그리피나(Agrippina)의 독버섯, 우리나라 고려 혹은 조선시대 사극에서 빈번히 나오는 독살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복어독(鰒魚毒) 혹은 수은독이 있다. 싹 감자의 푸른 부분에도, 놋(鍮器)그릇의 녹청에도 맹독이 있다. 은(銀)은 황화수은((HgS)의 진사(辰砂) 혹은 경면주사(鏡面朱砂) 등의 황화합물((sulfur compound)이 있는데 황화은(silversulfide, Ag2S) 반응으로 검정색으로 변하기에 1429년 법의학서 ‘무원록(無寃錄)’에서는 은수저(silver spoon)를 독성탐지용으로 이용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은수저를 선호하고 있다.

이런 독성에 대한 해독방안으로 과거 동양에서는 일반가정에서 녹차(綠茶), 녹두(綠豆), 레몬, 미배아(쌀뜨물), 미역 및 다시마 등을 해독제로 애용했다. 한약에서는 대부분 탕약이 쓴맛이라서 단맛 나는 감초(甘草)를 일반적인 중화제로 사용했다. 비상상황에는 경면주사(황화수은) 혹은 비소 등으로 이독제독(以毒制毒)의 극약처방을 했다. 일본식 회전문 식당에서는 식중독위험에 대비해 유황성분이 함유된 삶은 계란(卵黃) 혹은 물고기 잡이 독풀인 고추여뀌(ヤナギタデ, 辣蓼) 잎사귀(꽃)로 토핑(topping)해서 이독제독하는 재치를 발휘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 현대의학에서도 우리의 화단에 흔히 볼 수 있는 악마의 나팔꽃(흰독말풀), 천사의 나팔꽃 혹은 벨라돈나(belladonna) 등에서 추출한 맹독성 아트로핀(atropine) 성분으로 해독하고 있다.

◇음식물이란 생명체의 시신!

BC 500년경 불교의 영향으로 “살생을 하지 말라”는 금지가 지구촌에 펴졌고, 당시에 살았던 인류에게 인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교를 도입한 신라에서는 성덕왕 4년에 “살생을 금지하라”라는 명을 내렸으며, 오늘날까지 교리로 전수되어 오고 있다. 살생을 하는 자는 등활지옥(等活地獄)으로 간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같은 생명체인 식물엔 정식(情識)이 없어 윤회(輪廻)의 업을 만들지 못한다.” 믿었기에 인간과 축생을 살생하지 말라고 규정한다. 살생한 고기라도 3가지의 깨끗한 조건으로 i) 살생현장을 두 눈으로 보지 않았거나, ii) 죽는 동물의 비명소리를 듣지 않았을 경우나, iii) 나로 인해 살생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잡은 경우다. 이런 경우는 깨끗한 고기(淨肉)로 먹을 수도 있다.

성경에서도 “지구촌의 인류에게 먹을거리를 주었으니 그 먹거리들을 생산하고 생육시켜 지구촌을 번창으로 가득 차도록 하라.” 그리고 “모든 동물에게 푸른 채소를 먹거리로 주었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라.” 이로 인하여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고, 사자와 소가 같이 짚을 먹으며, 흙이 뱀의 양식이 되리라.” 그러나 노아의 대홍수 이후에는 “모든 생명이 있는 동물들도 너희들의 먹을 것이 되니, 채소와 같이 지구촌 인류들에게 먹을거리로 주노라.” 그런데 “그 생명체를 다른 동물과는 달리 생명이 붙어있는 핏덩어리 고기를 그대로 먹지 말라.”고 했다.

오늘날, 2014년 프랑스 영화 ‘러브 인 프로방스(Avis De Mistral)’에선 파리도시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3남매가 이혼한 어머니의 직장일로 프랑스 남서부 프로방스(Provance) 지방에 사는 친정 부모님께 여름방학동안 맡겨졌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막대아들 테오는 난생처음으로 마당에서 자기와 같이 뛰어놀았던 닭을 잡아서 저녁식사로 주는 것을 봤다. 저녁을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누나가 “착한 놈은 잡지 않고 말을 안 듣고, 나쁜 짓을 하는 못된 놈만 잡았다.”고 설득을 해도 먹을 수 없었다. 테오는 그제야 사람의 음식은 동물 혹은 식물의 죽은 시신(屍身)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
 

권택성
 

글 = 권택성 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전 대구시 공무원·경북대 중어중문학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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