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법원에서도 존엄사에 대해 인정을 할 경우 전국의 병원에서 호흡기에 의지해있는 말기 환자 가족들의 비슷한 민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10일 산소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환자 측이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의료계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멋있는 노후 생활이 필요하듯 품위있는 죽음도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식물 인간 판정이 났을 때 편안히 돌아가실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환자 가족들이 많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인공 호흡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이해를 구하는 입장”이
라며“가망없는 환자를 장기간 치료하면서 발생하는 의료비를 감당할 가족도 많지 않지만 가족을 보호할 사회적·국가적인 안전 장치도 없는 현실에서 존엄사를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종합병원 관계자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 환자 가족 중 존엄사를 부탁하거
나 문의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때문에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대부분” 이라며 “대법원에서도 존엄사를 인정할 경우 지역에서도 존엄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천부사상을 중요시 여기는 천주교 등 일부 종교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천주교 관계자는“신이 준 사람의 생명에 대해 인간이 연장을 하거나 중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며 “ 존엄사를 인정할 경우 생명경시 풍조 사상을 부채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1998년과 2004년 가족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와 수련의에 대해 살인방조죄 등을 적용한 경험이 있어 존엄사에 대해 세브란스 병원측이 상고를 할 지 여부와 상고시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엄사(尊嚴死)와 안락사(安樂死)=존엄사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말하는데 최선의 의학적인 치료를 다했음에도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질병에 의해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말이다.
안락사는 질병에 의한 자연적인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생명을 마감시키며 인위적인 행위에 의한 죽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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