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생명은 소중하다
<대구논단> 생명은 소중하다
  • 승인 2010.07.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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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

나에겐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딸이 하나 있는데 학교 공부에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 그리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중에 창작활동과 관계있는 있을 하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싶냐? 고 물어봤더니 아직 철딱서니 없는 내 딸은 연예인이 되고 싶단다.

탁월한 끼나 재능이 없으면서도 어린 생각에 인기를 누리며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의 겉치레가 선망의 대상인건 꼭 내 딸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통령, 국회의원, 외교관, 판검사, 의사, 교수, 선생님 등 지극히 교과서적인 대답을 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연기자나 가수, 개그맨 등의 연예인이나 옛날 기피양상을 보이던 운동선수 같은 직업이 아이들의 로망으로 급부상했다.

요즘 아이들이 그토록 되고 싶어 하고 부러워하는 연예인이 한 명이 지난 주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도 인기 한류스타로 튼튼한 기반을 다진 톱스타가...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처럼 여겨지던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지난 해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비롯해 최진실, 이은주, 장자연, 김다울, 최진영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은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2008년 10월 `국민 여배우’로 불렸던 최진실이 자살한 다음 한 달 동안 1천700명이 자살하는 등 일시적으로 자살률이 급증한 사례를 볼 때 베르테르 효과 또한 걱정스럽다. 몇 달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35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가 26명으로 미국의 2.5배에 달하며 문화 속에 자살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일본보다 높은 수준으로 지난 10년 사이 2배로 늘어났고, 지금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E)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부유한 국가가 되기 전까지 자살률은 산업화된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낮은 나라였다. 대부분의 부유한 국가에서 자살률은 1980년대에 정점을 이뤘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계속 증가해 오늘날 급기야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머지 29개 OECD 회원국의 국민들과 비교할 때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자고, 입시학원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뿐 아니라 우울증 환자 또한 증가추세에 있어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자살의 원인을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로움, 질병, 가난 속에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소외받은 노인층과 인터넷을 통해 동반자살 희망자를 찾는 20~30대 젊은이들로 대별되는 것 같다. 특히 20~30대의 사망 원인은 질병이나 사고보다 자살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국민들의 전체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은 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네 번째라고 한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질병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인위적으로 생명을 훼손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생사여탈권은 사람에게 있지 않기에 어떤 이유로도 생명을 손상할 순 없는 것이다.

누군가 남긴 명언처럼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다. 처음부터 삶의 시작은 누구에게도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일단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힘들게 선택한 죽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삶의 시작이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죽음 또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죽음 앞에서 만인은 지극히 평등하다.

권력이 커든 작든, 돈이 많든 적든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조급히 기다리지 않아도 그리 멀지 않는 훗날 우리 모두가 필연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인 것을…. 인생은 누구에게나 도전의 연속이고 단 하루도 도전이 아닌 날이 없다. 곳곳에 장애물이 있고 벽을 만난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슴은 더 뛰어야 한다. 가슴이 뛴다는 것은 피가 살아있다는 뜻이고, 피가 살아 있으면 꿈도 살아 있는 것이다.

사망의 골짜기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음침한 절망의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뿐 ….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희망을 보고, 어떤 사람은 절망을 본다. 절망은 절망을 낳고 희망은 희망을 낳는다. 희망을 가지고 소중한 생명을 잘 지켜나가자. 그래서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 또한 행복하시오.”라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마지막 말을 우리도 남길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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