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경계용 카메라에 10번 포착됐는데 8번 놓쳤다”
“軍 경계용 카메라에 10번 포착됐는데 8번 놓쳤다”
  • 박용규
  • 승인 2021.02.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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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성 귀순 사건
합동참모본부 조사결과 발표
경보음 2회 오경보 추정 방임
부대는 배수로 존재조차 몰라
낮은 바다 수온 속 6시간 의문

 

지난 16일 일어난 북한 20대 남성의 이른바 ‘잠수복 귀순’(본지 2월 17일 7면 보도) 사건 과정에서 군(軍)의 경계가 허술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당시 군은 경계용 카메라(CCTV)에 현장이 10차례 포착됐는데도 8번이나 놓쳤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동해 민간인 통제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 A씨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A씨는 10차례 군용 CCTV에 포착됐고 군은 최초 포착 후 3시간여가 흘러 마지막 두 차례 포착됐을 때야 비로소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했다.

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 A씨는 이 시각부터 30여 분 후까지 4대의 CCTV에서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도 경보음이 2회 울렸다. 하지만 상황실 감시병은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 방임했고 부대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A씨는 군의 CCTV에 5차례 더 포착됐다. 당일 오전 4시 12분~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CCTV서 3회, 2분 후 민통선 소초 CCTV서 2회다. 부대가 상황을 인지한 건 민통선 소초서 적발됐을 때다.

A씨는 해안 철책 배수로로 오전 1시 40분~50분 사이 통과했는데 부대는 배수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책임이 가중된다. 점검 결론은 부대 상황실 간부와 모니터 감시병이 임무 수행 절차를 미준수해 상황을 일찍 식별하지 못하는 등 작전 수행과 시설물 관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합참은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알아냈다”며 “A씨 통과 전부터 해당 배수로는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해당 부대 지휘계통에 대한 문책을 조치할 계획이다.

A씨가 6~8도로 낮은 바다 수온에서 어떻게 6시간가량을 버틸 수 있었는지에 대해, 합참은 월남 당시 해류가 남향으로 흘렀고 잠수복 안에 두꺼운 옷을 입어 부력이 생성했을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붙잡힐 당시 패딩형 점퍼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합참 관계자는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신어 체온 유지가 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잠수복 안에 두꺼운 옷을 입으면 어느 정도 부력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민간인 어업 종사자라는 점도 이유로 더했다. 관계자는 “바다에 익숙한 귀순자 특성상 수영은 가능하다. 어업과 관련한 부업에 종사했고, 물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의 해상 이동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현재 관계 기관에서 합동 정보 조사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처 과정에서 민통선 소초 식별 후 30여 분이 지나서야 군내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상황이 전파돼 늑장 보고가 따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용규기자 pkdrg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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