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
<대구논단>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
  • 승인 2010.07.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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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달포 전 독도 관련 교육과정 강화를 위한 고등학교 교무부장 연수회 동행 차 울릉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가 앉아 환담하고 있는 바닷가로 갈매기 한 마리가 바닷물에 떠밀려 왔다.

울퉁불퉁한 자갈돌 위로 걷기 힘든지 반은 물에 잠긴 채 턱을 돌 위에 걸치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해삼을 한 점 집어주어도 전혀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으나 당장은 자신의 생명을 무방비 상태로 내어놓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모두들 소주잔을 내려놓고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더 답답한 것은 당사자인 갈매기였을 것이다.`어쩌다가 저 지경이 되었을까? 아직도 날렵한 몸매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한데 저리도 처량하게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니!’

새가 날아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형언하기 힘든 자존심 문제이다. 문득 시조새 화석이 떠올랐다. 그 화석에서 파충류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파충류들이 하늘을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하였을까!

용암이 펄펄 끓어오르는 땅이 싫어서, 바위처럼 엎드려 음흉한 눈으로 먹을 것을 기다려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더 높은 세상에서 온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어서 등 그 이유를 한두 마디로는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날아오르려 했고 마침내 날아오르게 되었다.

단순한 날갯짓만으로는 날아오르기 어려웠다. 먼저 날아올라야겠다는 염원과 의지가 세워졌고, 이 염원이 DNA가 되어 대대로 전해지는 가운데에 수많은 실패와 좌절 끝에 마침내 날아오르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뼛속을 비우고 내장을 가능한 한 짧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날아오르려 했는데도 펭귄이나 닭, 화식조, 에뮤, 차조 등은 날기를 포기했다. 그들은 손쉽게 먹이를 구하는 대신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어놓았던 것이다.

날기를 포기한 새들도 있지만 일단 날아오른 새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다듬어 왔다. 최고 비행사로 벌새가 꼽히는데, 그것은 공중에서 정지한 채로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벌새는 정지한 상태에서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또한 후방비행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벌새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작게 만들었고 날개 근육을 상대적으로 치밀하게 발전시켜왔다.

이에 비해 독수리와 백조, 매, 황새 등은 활공을 주요 비행 수단으로 한다. 활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날개가 넓고 길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날게 키우는 일에 애써 왔다.

활공을 위해서는 상승기류를 잘 이용해야 한다. 낮에 지표면의 대기가 가열될 때 형성되는 이 기류는 특정 산맥이나 지형에서 이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둘레의 지형과 이 기류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독수리가 일정한 장소에 살고 대양을 가로지르는 일이 없는 것은 그들이 지형에 따라 일어나는 기류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갈매기들은 해양성 기류를 이용한다. 해양성 기류는 바다위에서 수평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말하는데, 풍속은 수면에 가까울수록 느리며, 높이 올라 갈수록 빨라진다. 갈매기들은 수면에 스칠만한 거리까지 하강한 후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위로 향한다. 이때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들은 자신의 역량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길 줄도 알아야 하고 틈새가 생겼을 때에는 자신의 힘으로 기류의 흐름에 올라타기도 해야 한다. 즉 바람이라는 대세에 질 줄도 알고 극복하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힘만 믿고 마구잡이로 날아오르려 하다가는 금방 지쳐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일찍이 '노자'는 '도법자연'을 갈파했다. 모든 길, 모든 방법은 자연을 따라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재앙이 온다. 물 흘러가는 것처럼 가라는 것이 법이다.

우리 삶 자체를 자연의 흐름에 맡겨 함께 살아가야 한다. 쓸데없는 욕심으로 날개 꺾이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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