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점포는 늘어나는데 경산시장선거는 벌써 후끈
빈 점포는 늘어나는데 경산시장선거는 벌써 후끈
  • 승인 2021.03.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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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남매저수지 둑 옆으로 줄지어 서있는 수양버들가지에 푸른 빛깔이 주렁주렁하다. 이따금 잉어 떼가 물가로 나와 고개를 빼꼼 내민다. 봄이 오는 신호다. 문제는 삼라만상이 희망으로 부풀어 오르는데 서민의 삶은 여전히 피폐하다는 점이다. 필자는 봄나물도 살 겸 경산시장을 향하다가 가슴이 먹먹했다. 길가에 늘어선 빈 점포, “임대” 현수막. 가게 문을 닫고 떠나는 소상공인의 눈물이 골목길마다 움푹움푹 패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역병 탓이라고는 하지만 지역경제가 이리 침체해졌을까? 진영논리로 가득 찬 오만하고, 무능한 정부. 내년 선거를 의식한 듯 펄럭이는 지방정치인의 자기자랑 현수막. 이도 모자라 후끈 달아오르는 시장선거후보군들의 ‘하마평’이 아이러니하게 겹쳐진다.

길거리에서 만난 노인 한 분은 “경산시장이 저거 꺼가. 표 줄 사람 물어보지도 않고 용천 떤다”고 혀를 찬다. 그렇다. 저리 수두룩한 빈 점포를 보고도 시장 하마평만 무성해서야. 어려움을 뚫고,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야 하는데 걱정이다.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의 부침(浮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경산은 세계적인 4차산업도시로 성장할 성장잠재력이 큰 도시다. 그리고 대구경북통합의 최대수혜지역으로 첫손가락을 꼽는다. 인구250만의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유일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412㎢의 광활한 면적에 30만 가까운 인구, 10개 대학에 연구소만 170개다. 여기다 인근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고, 3천300여개의 기업체가 포진하고 있다. 산학연관의 대표적인 도시구조다.

하지만 도시인프라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세계일류도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좌우한다. 그 중에서도 정책기획 능력이 있는 리더가 성공의 열쇠다. 리더는 비전, 열정, 추진력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차기 시장의 충분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역정서는 이와 동떨어진 연고와 타이틀에 매달렸던 탓에 성장의 시너지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 이런 구조적인 틀을 과감히 바꿀 때가 되었다. 시쳇말로 “연고가 밥 먹여 주냐?”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차기 경산시장후보군부터 살펴보자. 국민의힘은 크게 경북도의원그룹(A그룹), 경산시의원그룹(B그룹), 고위공직자그룹(C그룹) 등 세 분류로 대별된다. A그룹은 황상조(61세, 전 3선경북도의원, 전도부의장), 오세혁(55세, 재선경북도의원, 전경산시당협사무국장), 조현일(55세, 재선경북도의원), 정재학(63세, 전 재선경북도의원), 홍정근(63세, 초선경북도의원, 전경산시의회사무국장) 등이 샅바를 쥐었다. B그룹은 허개열(64세, 재선경산시의원, 전시의장), 이천수(64세, 재선경산시의원, 전시의장)가 경합한다. C그룹은 송경창(54세, 경북도 2급공무원, 전경산부시장), 안국중(61세, 전대구시경제통상국장), 김주령(49세, 경산부시장) 등이 자천 타천으로 거명된다. 김주령부시장의 경우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주위에서 다크호스란 평판이 있어 이름을 올렸다. 그 외 송정욱(60세, 전경산시농업경영인연합회장)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찬진(70세, 전경산시자치행정국장, 전평통경산시지회장)과 전상헌(50세, 경산시당협위원장)이 한판 경쟁에 나설 것 같다. 정의당은 엄정애(50세, 3선경산시의원, 경북도당위원장)가 저울질 중이다. 아쉽다면 경산고향 외의 인물이 눈에 띄지 않은 ‘지역의 벽’이다.

이 중에 누가 이 난국을 풀어갈 견인차(시장)가 될까? 행여 자질도 없으면서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봐 두렵다. 부모에게 넘겨받은 재산 좀 있다고, 지역에서 의원 몇 번 했다고 뻐갠다면 큰일이다. 잿밥에 눈이 어두워 이 귀한 기회를 가져가버린다면 미래세대가 불행해져서다. 벌써부터 과열한 탓인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온갖 설들이 판을 친다. 재력설, 최 전의원의 후광 설 운운에다 특정출신을 배제하기 위한 부정적인 면 부각 등등.

이런 표피적인 것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경산의 가장 큰 이슈가 슬럼화 되어 있는 도심의 획기적인 개발, 도시철도2호선의 진량공단과 대구대 연결, 3호선의 한의대와 하양 연장, 그리고 4차산업의 획기적인 유치·육성이다. 과연 이런 굵직한 사업을 해낼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 있느냐다. 여기에 고향, 비고향 가릴 게 없다. 부디 줄 대어서 벼슬 한 자리 꿰찰 생각은 버려라. 세계적인 4차산업도시로 웅비할 기개와 능력 있는 용장이 필요할 뿐이다. 시장 후보군들 진정 그럴 자신이 있는가? 그러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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