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이응광·해설 린데만 ‘마티네콘서트’ 리뷰
바리톤 이응광·해설 린데만 ‘마티네콘서트’ 리뷰
  • 황인옥
  • 승인 2021.03.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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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선 깃든 달달한 목소리
“고향 자연이 감성의 주된 원천
마음 어루만지는 느낌 주고파”
“예술가의 다른 면 이끌어내고
곡의 비하인드 설명하게 유도
남은 공연도 열심히 준비할 것”
지난 11일, 코로나 19가 멈춰 세운 수성아트피아 객석이 오랜만에 열기로 가득찼다. 수성아트피아가 3월부터 9월까지 격월로 진행하는 마티네콘서트(오전 낮 시간에 열리는 공연)의 첫 공연이 입추의 여지없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한 좌석 띄어 앉기로 오픈한 객석이었지만 코로나 19도 바리톤 이응광과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의 티켓파워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이날 이응광의 음악은 스윗했고, 린데만의 진행은 차분했다. 물론 둘의 호흡은 브로맨스를 연출할 정도로 달달했고, 청중은 그들이 선사하는 ‘봄의 세레나데’ 선율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바리톤이응광
바리톤 이응광.

◇ 바리톤 이응광

스위스 바젤 오페라 하우스의 전속 주역 가수라는 안정적인 위치를 버리고 프리랜서 음악가를 선언한 바리톤 이응광. 지난 9월 코로나19 상황에도 스위스 루체른 테아터 프리미어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피가로 역을 맡아 현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스위스의 보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수성아트피아 마티네 콘서트 첫 무대를 장식한 이응광의 공연은 그 명성의 연장이었다. 한 음 한 음, 정성을 다하는 그의 섬세한 연주력에 청중의 가슴은 감동으로 물들었다.

“디테일한 감정선에 매료됐다”는 기자의 이번 공연 감상평에 그가 환하게 웃으며 “성악이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감정선이다. 무대에서 그 감정을 진심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봐 주었다니 감사하다”며 성악가로서 추구하는 가치를 언급했다. 그리고는 마지막 잦아드는 숨결에까지 감정을 이어내는 자질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향 김천의 자연환경과 가족들의 사랑이었다고 고백했다.

“시골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면서 센스티브한 감성을 갖게 되었다. 그런 감성들이 무대 위에서 조금 더 표현되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느낌을 계속해서 무대 위에서 전하고 싶다.”

코로나 19가 세계인의 삶을 멈춰서게 했지만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이응광에게도 코로나 19는 큰 복병이었다. 계획됐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공연은 멈춰섰다. 특히 서울시향과 함께 독일의 바그너 트로이메의 가곡을 연주하기로 한 공연이 취소된 것은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참가하기로 한 스위스와 이태리에서의 페스티벌 개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자 처음에는 좌절하고 당황했다”는 그는 이내 “지난 한 해도 감사한 해를 보냈다”며 긍정의 메시지를 던졌다. ‘안디무지크’, ‘로또싱어’ 등 방송 출연과 랜선 활동 등의 새로운 기획들이 찾아왔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비대면 형식의 공연인 유튜브 ‘응광극장’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의 공연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다방면의 공연 형식을 연구하고 있다”며 참신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바리톤 이응광은 이날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이소영과 함께 ‘봄의 세레나데’ 주제로 봄과 어울리는 노래들을 선사했다. 특히 독일 가곡들을 다수 준비해, 해설을 맡은 독인인 다니엘 린데만과 찰떡 호흡을 보였다. 이응광은 “유럽 활동 지역이 독일어권이라 린데만과의 호흡이 편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린데만은 이응광이 부른 독일 가곡을 직역하며 독일의 정서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응광은 “독일어가 모국어인 린데만과 함께 독일어권 가곡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응광의 시계는 올 한해도 바쁘게 흘러갈 계획이다. 오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마련한 스페셜 갈라 콘서트 ‘봄을 여는 소리’에 참여하고, 연말에는 아스트로 피아졸라 퀸텟 내한공연에 함께 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성아트피아 마티네 콘서트에 덕담을 건냈다. “수성아트피아라는 좋은 공연장에서 좋은 연주자들이 오전 시간대에 린덴만의 편안한 해설로 진행되는 마티네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개최돼서 대구시민들에게 행복과 기쁨 예술의 가치를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니엘린데만
다니엘 린데만.

◇ 다니엘 린데만

독일 출신의 다니엘 린데만(Daniel Lindemann)은 JTBC 비정상회담에서 얼굴을 알린 이후 반듯하고 학구적인 면모와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예능과 시사, 역사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의 입담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 공연의 해설자로 나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클래식 음악 전문가가 아닌 린데만이 ‘과연 어떤 스타일의 해설을 할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수성아트피아 마티네 콘서트 사회자로 무대에 선 린데만은 예상이 무엇이든, 허를 찔렀다. 이날 연주되는 곡들이 독일 가곡 위주여서 독인 출신 린데만의 가교 역할은 빛을 발했다. 그는 애써 깊이있는 음악적 지식을 전달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장 전문가인 바리톤 이응광의 입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청중과 공유하려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청중의 눈높이에서 질문을 던지고, 전문가인 이응광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는 형식으로 콘서트를 풀어나갔다.

올해로 한국 생활 13년째인 린데만의 한국어 실력은 유머를 하는 수준. 그런 그에게는 내·외국인이라는 구별은 의미가 없었다. 독일인이지만 한국인 못지않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확보한 그의 독일과 오스트리아 가곡 해설은 청중의 신뢰를 받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는 이날 해설 컨셉을 “가장 큰 소통은 아티스트의 노래와 연주이며, 해설자는 필요한 정보만 전달해주는 역할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인공인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곡에 대한 배경을 아티스트가 직접 설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청중이 독일 음악을 최대한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해설의 포인트를 주었다.

인터뷰 첫 머리에 린데만은 자신을 “독일에서 온 방송인이자 피아노연주자”라고 소개했다. 사실 그는 2017년 정규앨범을 시작으로, 2019년 첼리스트 임희영과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2020년 싱글 재즈 앨범을 발표한 작곡가이자 연주자다. JTBC 비정상회담 첫 등장에서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선보였을 때부터 그의 음악적 역량은 이미 평균 이상이었다.

그는 성장기 때 피아노와 파이프오르간을 배웠다. 한국에 와서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갖고 싶어 피아노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작곡도 겸했다. 음악 장르는 재즈와 뉴에이지를 오간다. 향후 새로운 디지털 앨범도 준비 중이며, 연주회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그가 “비대면으로라도 간단한 쇼케이스나 자선공연을 올해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계획을 언급했다.

한국 와서 본격적으로 작곡과 연주에 관심을 가진 나름의 이유는 있다. 방송에서 말을 주로 하는 일의 특성상, 말로 인한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좀 더 높은 차원의 소통을 염원하게 되었고, 그가 좋아하는 음악에 마음이 갔다. 그가 “음악이 있는 곳에는 악이 없다는 말이 있다”며 “음악은 많은 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말이 아닌 음악을 통해 인간적인 소통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린데만의 대구와의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대구의 모 문화센터에서 전국 투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대구 청중들의 호응이 가장 좋았다”며 대구와의 첫 인연을 떠올렸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마티네 콘서트는 대구와의 두 번째 인연이다. 그는 이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의 결기만큼이나 대구 청중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오랜만에 대구에서 대면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공연에 대한 호응도 너무 좋았다. 앞으로 5월과 7월, 9월 마티네 콘서트가 더 남았으니 대구 뿐 아니라 전국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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