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배달하는 여자들 공손히
그늘을 받쳐 들고
한 사람 몫의 그늘을 옮기네
천지간 초록이 넓고 무성해도
생의 뜨거운 땡볕
앞앞이 다 가려주지 못해
외기둥 곧추세운 한 뼘 그늘신전
한 걸음에 한 장씩
햇빛이 쓴 그늘경전 넘어가네
―시집 <장미키스>
◇최정란= 경북 상주 출생,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계명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여우장갑』 『입술거울』 『사슴목발애인』 『장미키스』,<요산창작기금> <부산문화재단창작기금> 2016년 제7회 <시산맥작품상>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해설> 뙤약볕 아래 각양각색의 파라솔이 즐비한 해변을 상상하는데 무리가 전혀 없는 글을 읽으면서 단 한사람의 그늘이라는 것에 내심 경외감이 드는 것은, 그 그늘의 주인이 누구일까를 생각해서일 것이다. 땡볕이라고 표현한 뜨거움 속에 우월한 배달문화가 거기에도 있다. 그늘을 배달한다는 이 기막힌 발상!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