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사 은행나무
적천사 은행나무
  • 승인 2021.04.05 2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건희

황금갑옷 갈아입고 달려 나갈

군마의 발굽처럼 서 있다

열 두 바퀴 지구를 돌아

천왕문 밖 서역에서 막 돌아온 듯한 몸통

왕관 쓴 이서국 후투티가 드나드는 구멍

헐거워졌다

늙은 말을 버리고

젊은 말을 갈아타지 않았다는 거짓말들

노랗게 깔아 둔 깃발자락으로

농익어 떨어지는 쿰쿰한 불평들

고스란히 받아 주고 있다

부동의 몸짓 800년에 손을 대면

복속을 견딘 이서국 군마 발굽 냄새

물컹하다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

<해설> 마치 800여 년 전의 이서국 궁성지에 서 있던 은행나무를 보는 듯하다. 이제는 그 왕국의 정령이 된 듯, 후투티의 방문만 무심히 바라보는 노거수의 모습에서 유수와 같은 세월과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글이다. 시인은 애잔한 마음을 물컹해진 군마의 발굽냄새에 잔뜩 담아 두었다. -정소란(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