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궁사 경북일고 김제덕, ‘도쿄행’ 각본 없는 드라마 썼다
고교궁사 경북일고 김제덕, ‘도쿄행’ 각본 없는 드라마 썼다
  • 이상환
  • 승인 2021.04.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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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
작년 선발전서 부상으로 포기
코로나로 연기된 탓 기회 잡아
하루 화살 500여 개 쏘며 연습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서 승리
최연소 메달리스트 새로운 도전
초등 3학년 때부터 기본기 다져
소년체전서 메달 휩쓸며 두각
“사람들에 이름 석자 남기고파”
활시위당기는김제덕
23일 오후 강원 원주시 문막읍 동화리 원주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 남자부 경기에서 김제덕(경북일고)이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 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이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선다.

김제덕은 지난 23일 강원 원주양궁장에서 끝난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에서 쟁쟁한 실업 선배들을 뚫고 3위에 올라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제덕은 당초 2020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도쿄행이 좌절됐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도쿄 올림픽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중도 포기했다. 지나치게 많은 반복 숙달 훈련 탓에 어깨 관절끼리 부딪쳐 염증이 생겼다. 가장 중요한 순간 닥쳐온 시련이었다. 기권 뒤 2개월 정도 훈련을 아예 못하고 쉬며 재활을 거쳤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1년 연기되는 바람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선발전을 앞두고 매일 300발씩 활을 쏘는 강훈련을 소화했다. 지난해 10월 2차 선발전에선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도쿄행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남자 양궁 2차 선발전을 통과한 20명 중 7명과 함께 생애 첫 합숙 생활을 했다. 다시 잡은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선수촌에서 하루 화살 400~500개를 쏘는 강훈련을 소화했다.

마침내 김제덕은 2021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끝에 어릴적부터 그려왔던 꿈을 이루게 됐다.

이번에 선발된 도쿄 올림핌 남자 국가대표는 김제덕을 비롯한 김우진(29·청주시청), 오진혁(40·현대제철) 등 3명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우진이 16점으로 1위, 오진혁이 13점으로 2위. 이어 김제덕과 이승윤(광주 남구청)이 10점 동점을 받았으나 전체 평균 기록 합계에서 김제덕이 앞서 극적으로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날까지 경쟁자인 이승윤(광주시남구청)에 밀려 4위에 머물렀던 김제덕은 마지막 날 경기에서 동점을 이뤄 역전에 성공했다. 여자는 세계랭킹 1위 강채영(현대모비스)과 장민희(인천대), 안산(광주여대)이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올림픽 메달보다 대표 선발전 3위 안에 들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만큼 올림픽 대표에 선발되기는 바늘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어렵다.

남녀 선수 198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 선발전, 두 차례 평가전을 거쳐 남녀 각 3명씩 총 6명이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이들이 무려 7개월 동안 토너먼트, 리그전, 기록전 등을 치르면서 쏜 화살만도 약 3천발에 이른다. 특히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은 최종 평가전 마지막 날까지 접전이 펼쳐져 손에 땀을 쥐게 했다.

17세 소년 궁사가 좌절을 극복하고 스스로 태극마크를 다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한 셈이다.

김제덕에게는 이제 새로운 꿈이 생겼다.

김제덕은 도쿄올림픽 개막일(2021년 7월 23일) 기준으로 딱 17세 3개월로 한국 남자 양궁 최연소 메달리스트에 도전하게 됐다. 현재 국가대표 남자부 코치를 겸하고 있는 정재헌 대구 중구청 감독(당시 경북고 재학)이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당시 개막일 기준 만 18세 1개월 25일로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건 게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볼때 김제덕의 최연소 올림픽 메달 획득은 사실상 가시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궁 메카’ 경북 예천 출신인 김제덕은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인 2013년 양궁 명문 예천초등학교에서 활을 잡았다. 착실하게 기본기를 다진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5년부터 각종 대회에서 순위권에 든 뒤 2016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휩쓸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한 방송사의 영재 소개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양궁 신동으로 유명세를 탔다. 예천중학교 재학때는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예천 출신 김진호·윤옥희 선수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양궁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중학교 때 출전한 전국소년 체육대회와 화랑기 시도대항전 30m에서 360점 만점을 쏴 ‘소년 신궁’으로 불렸다.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는 “지난해 어깨부상으로 좌절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워낙 목표가 뚜렷한 선수라서 잘 견뎌내 좋은 성과를 거둔것 같다. 어린 나이지만 선수촌에서 3개월여 동안 어려운 훈련을 잘 소화해내면서 한단계 더 성숙해진것 같다”면서 “남은 기간동안 부상 없이 훈련을 잘 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제덕의 올림픽 대표 발탁 소식을 접한 김도영 경북양궁협회장은 “한국 양궁의 대들보로 성장할 자질을 타고난 선수지만 평소 끊임없는 훈련을 소화해내는 성실함까지 갖춘 선수다”면서 “올림픽까지 남은기간동안 훈련에 매진해 한국양궁을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에서 ‘신궁’으로 발돋움한 김제덕에게 거는 한국 양궁계의 기대는 남다르다. 활 쏘는 기술은 물론 ‘멘털’이 좋다고 양궁인들은 평가한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일을 내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혼성 종목이 처음 도입돼 양궁에 걸린 금메달이 총 5개로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 양궁은 리우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한다.

김제덕과 함께 도쿄행을 결정 지은 김우진은 2016 리우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또 오진혁(현대제철)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사상 첫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다. 나이도 김우진은 12살, 오진혁은 무려 23살이나 많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양궁계에선 처음으로 세계무대를 밟는 김제덕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 남자양궁을 이끌 신성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있다.

김제덕은 “큰 형님들이랑 올림픽에 같이 나가게 돼서 너무 든든하다”면서 “‘형아’들 지시를 받으면서 자신 있는 모습으로 쏠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저 화살이 과녁 정 중앙에 꽂힐 때의 쾌감이 좋아서 양궁을 시작했다’는 김제덕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각종 세계대회 금메달을 모두 하나씩 따내서 양궁이라는 종목에서 사람들 기억에 이름 세 글자를 남길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목표를 꿈꾸고 있다. 이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첫 단추를 꿸 시간이 다가온 셈이다.

김제덕을 비롯한 남녀 6명의 태극궁사들은 휴식를 가진 뒤 이번 주 충북 진천선수촌으로 다시 소집돼 ‘올림픽 금과녁’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이상환기자 lees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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