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 배추 전을 차례로 부치면서
조상님께 투덜거리듯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쯧, 혀를 찬다
쪽파들은 콧대를 세우며 일어선다
몸이 뜨거워질수록 지, 지 ,지,
날 욕하는지 더욱 소란스럽다
밀가루 한 국자 끼얹는다
더 새파래지는 자존심 꾹, 누른다
그 순간 탁, 무릎을 친다
밀가루와 파 그리고 불과 기름이 어울리는 것처럼
서먹한 동서 간 서로 뜨겁게 스며들면서
정이 깊어지라고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던가
결혼 근 사십 년 지나 이제
맛깔스런 우리네 한 생을 느긋하게 바라본다
◇정인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시와시학시인회 회장역임.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포엠토피아. 시마을,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 시강의. 지금 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범물 시니어 복지회관에서 내 인생의 꽃에 대한 강의. 2019년 대구칼라풀축제에서 대구문인협회 주최로 정 숙 극본 ‘봄날은 간다1’ 시극공연.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10).대구시인 협회상 수상(15).경맥문학상(20).시집: 연인, 있어요(20)외 다수.
<해설> 경험은 누구도 당할 재간이 없다. 이제는 거룩한 조상님 전에 올릴 제수(祭需)에도 시를 얹는 노련함에 빠져들 뿐. 시인은 수다스러운 전 부치기를 하면서 연륜으로 서먹함도 녹이고, 한 생을 관망하는 경지에 있다. 이런 일상의 평범함에서 뽑아내는 시상의 끝은 마름이 없을 것이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