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당 운운 하지마라
영남당 운운 하지마라
  • 승인 2021.05.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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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 이하로 떨어진 것을 보고 문득 격세지감이란 말이 떠올랐다. 문대통령은 정국이 심히 어려울 때도 40% 이상의 고정 지지율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문빠들의 문자협공을 의심했다. 문빠의 주축은 민주당 권리당원 80만여 명 가운데 2천여 명쯤 되는 강성지지층들이라는 말이 있다. TV에 자주 나와 바른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고 여겨온 민주당 의원이 “비주류 혹은 쇄신파가 생겨야 대선에 희망이 생긴다”면서 자신을 포함한 10∼20명 규모의 쇄신파 의원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성친문인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바로 나온 말이라 그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초선의원 몇몇이 보궐선거 참패 이유를 들먹이다가 강성파 문빠들의 폭탄을 맞고 혼쭐이 나서 입을 봉하고 있는데 정치 감각 있는 재선의원이 쇄신을 들고 나온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문대통령이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게 오찬 제의를 했는데 “밥만 먹을 수 없다”면서 거절한 것도 보기 드문 용기다. 4·7 보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작년 총선 패배 후 힘없는 제1야당이 되었었다. 법사위원장직을 안주면 다른 상임위원장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 급기야는 당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국민들로부터 잘 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지 않는다고 타 상임위원장까지 거부한 것은 결코 잘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쾌재를 부르며 17개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하면서 법 제·개정을 맘대로 밀어붙였다. 18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준 것은 국민들이 그들에게 준 권한이라는 말을 예사로 한다. 여당과 협상·도전을 해가면서 제1야당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잘 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의 정책 잘못에 대한 국민 불만으로 얻은 반대급부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를 말하지만 당내 전·현직 의원 등 정치고수들의 행태를 보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급하게 양 대통령 석방문제가 나오는가 싶더니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문제를 건드리기도 한다. 한목소리로 정권을 되찾아야겠다는 의지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짙은 의도가 보인다. 더 미련한 짓거리는 외부에서 말하면 그렇다고 치더라도 당내에서조차 ‘도로 영남당’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새 원내대표가 울산 출신인데 대구사람인 직전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하려고 하면 ‘도로 영남당’이 되는 것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보자. 국민의힘은 대구·영남권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설 자리가 있는가. 나는 국회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성은 깡그리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내년 대선을 위한 전열을 서서히 가다듬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주자가 어느 정도 윤곽이 들어나는데 국민의힘은 오리무중이다. 중구난방만 무성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말이 무성하지만 그가 문 정권에 기여한 흠집이 있는 만큼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다. 분명한 것은 야당이 분열되면 대선 승리는 없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민주당은 선거 전문가들이 의외로 많다. 4·7 보선과 같이 국민들이 야당을 밀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권을 두고 대결하는 대선은 지방선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과 합당한다는 원칙은 세운 것 같은데 문제를 풀어 가는데 많은 걸림돌이 예상된다. 합당논의의 물고를 틔운 주성영 전 원내대표는 합당에 대한 깊은 논의는 차기 당대표가 선출된 뒤에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합당에도 흡수성, 당 대 당이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주장을 함부로 묵살해서는 안 된다. 그는 4.7보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정치인이다. 이왕 같은 배를 타려고 하면 호혜정신이 필요하다. 양당은 대의를 앞세우고 합당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정치적 꼰대 소리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나는 호남당이나 광주당 같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영남당 운운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요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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