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단체장이 지방재정 챙겨야 한다
<대구논단>단체장이 지방재정 챙겨야 한다
  • 승인 2010.07.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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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대 ·소 지방자치단체가 244개나 되니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부모슬하에 있던 자식이 머리가 크면 분가를 하게 되고 분가를 하면 제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중앙의 지배하에 있던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제를 허용한 것은 국가라는 부모가 시·도·시·군자치구를 분가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모는 분가한 자식 모두가 말썽 없이 잘 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식들이 사는 지리적 환경이나 직업이 다르듯이 지방자치단체 역시 그러하다.
대도시, 중소도시, 공업지역, 농어촌 등 지역의 특성이 다르고 상공업, 관광업, 농어업 등 산업 기반이 상이하다.

부모격인 중앙정부는 살림이 어려운 자치단체에 보조금, 교부금 등으로 재정 부족분을 매워 주고 있다. 요즘 자식들이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처럼 재정형편이 좋든 나쁘든 자치단체들은 뭔가 중앙으로부터 얻어내려고 애를 쓴다. 서울사무소에 직원을 상주시키면서 중앙정부에 선을 달고 로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제 분수대로 알뜰하게 사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흥청망청 살림을 사는 경우도 있듯이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4년 임기의 자치단체장이 정치적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해 재정권을 남용, 많은 빚을 지면서까지 무리한 선심성 사업을 벌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늘 문제가 되고 있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 전체 예산 중 지방세, 세외수입 등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민선 5기에 들어서면서 여소야대의 자치단체장, 지방의회로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이 바뀌면서 지방재정의 심각성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경기 성남시의 사례가 있은 후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국민 경제의 새로운 위기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2.2%로 계속 하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곳이 61.8%로 152곳이나 된다. 작년에만 전국 246개의 지자체에서 7조1000억 원의 적자가 났다. 지난해 말 지자체의 빚은 25조6000억 원으로 1년 만에 6조3000억 원이 늘었다. 지자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7곳은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봉급도 못 줄 형편에 놓여 있다. 작년 말 기준, 대구시의 부채는 2조6천900억대로 나타났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채무상환비율이 매우 높아 재정위기수준이라고 걱정들을 하고 있지만 시 당국은 부채가 줄고 있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들은 부채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고 뾰족한 대책도 없으면서 부채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자치단체의 빚은 단체장이나 그 누구의 개인 빚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들을 하지 않는다.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단체장 개인이 정치적 빛을 내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된다. 단체장이 재정 형편에 맞게 지방 살림을 꾸려가는 것은 상식인데도 정치욕이 많은 단체장은 차기를 의식하여 무한적 책임이 면제되는 자치단체 명의로 빚을 내어 선심성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정부가 중앙의 업무를 지방으로 이관하면서 중앙이 담당해야 할 사업비를 지방에 의무적으로 분담시켜 지방재정을 위기로 몰아넣는 경우다.

2004년 지방분권을 촉진하고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사무 중 복지관련 업무 67개를 지방으로 넘기면서 복지사무의 지방비 부담률이 크게 높아졌다.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임의로 계획된 지방 사업을 변경하려든다면 지방행정의 일관성을 잃게 된다. 전임자가 저질러 놓은 것은 내 알바 아니라는 마음을 가진다면 주민이 선택한 단체장이라는 의미가 없다.

새 단체장은 자기 가정 살림 살듯이 지방 살림을 해 나가야 하고 정부는 우선적으로 지방에 이양한 국가사업에 대한 지방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당장의 지방재정어려움의 불을 끌 수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방만하게 지방 살림을 하는 단체장은 자치권을 제한하거나 주민소환제를 통해 퇴출하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단체장들은 스스로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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