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의 존재감
국무총리의 존재감
  • 승인 2021.05.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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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역대 대통령 중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로 누리고 있는 이는 아마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입법·사법·행정을 비롯한 전 국가기관에 그의 입김이 안 들어 간곳이 없고 나라 빚이야 늘든 말든 재정을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정치·행정 환경을 만들었다. 대통령은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은 하면서도 국민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매사에 공약실천과 개혁을 주장하면서 이념정치에 몰두해 왔다. 공약이 버거우면 흐지부지 되는 일도 있었다. 청와대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을 했지만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면 경호 등에 문제가 있다면서 슬며시 청와대에 눌러 앉았다. 청와대는 정부기관이라기 보다 대통령의 관저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거처하다 보니 편하게 집무하도록 체제를 만든 것이다. 그 청와대가 권력의 강력한 핵심부가 되었다. 청와대에는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465명의 직원이 있다고 하는데 확실한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만약 대통령의 집무실을 이전했다면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 조직원들은 대통령의 비서·참모 등 막료의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계선조직의 집행기능까지 예사로 하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 정부기관은 보이지 않고 청와대만 보이는 것이 그 이유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입장에 있고 행정권의 수반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하는 일을 보면 국가의 모든 권력이 거기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국무총리에 관해 알아보자. 헌법 86∼87조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같은 헌법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국무위원의 인사 및 행정각부 통할에 국무총리가 역할한 것을 보지 못했다. 한 예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갈등해도 또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해도 코로나 백신문제에 말이 많아도 국무총리는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었다. 청와대가 바로 행정 각부를 지시·통제하는 입장에서 총리의 역할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뭔가 국정의 흐름이 온전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속속들이 사정을 알 수 없지만 표면상으로는 국무총리의 존재감을 인식할 수 없었다. 김부겸 총리는 야당의 극한 반대 속에 여당만의 임명동의를 거쳐 임명되었다. 불신을 받고 있는 국무위원과 함께 임명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 총리는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통합과 통할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조정능력이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민주당의 송영길 대표는 문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할 소리를 했다.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청와대 정책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SMR(소형모듈 원자로)을 말하면서 대통령이 꺼리는 원전 문제를 꺼냈다. 친문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여당대표가 대통령 면전에서 소신을 말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여당은 대통령의 어떤 정책에도 순응하고 옹호하는 도움자의 위치에 있었다. 야당이 반대해도 180여명의 의석으로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 제·개정을 밀어붙였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여당대표의 용기는 우선 돋보였다. 김부겸 총리에게도 이런 결기가 있을까. 국무총리는 대통령 다음인 제2인자로서의 위치에 있으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가 있을 때 제1순위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 이토록 국무총리의 권한이 크지만 국민들이 보는 눈에 못 미치는 것은 거대한 권력핵심 조직인 청와대가 국정의 전 부분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문대통령은 정치적 주관을 고집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역대 총리들의 정치·행정행태를 답습하지 말고 국민들이 기억에 남는 국무총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실상을 가감 없이 알리고 바른 말도 할 수 있는 총리가 되었으면 한다. 헌법상 국무총리의 권한을 양보해서도 안 되고 국정의 조정능력자로서 위상을 견지하시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국무총리의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다. 국무총리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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