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노래 소리(1) -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가
새들의 노래 소리(1) -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가
  • 승인 2021.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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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5월 하순의 산야에는 온통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들판과 맞닿아 있는 산기슭에서는 온갖 산새들의 노래가 넘쳐나고, 이에 질세라 논에서는 개구리 소리가 화답하고 있습니다. 간간이 짹째그르 이름 모를 산새가 추임새를 넣기도 합니다. 그 소리들은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어느 한 가지라도 어색한 데가 없습니다. 큰 소리와 작은 소리, 굵은 소리와 가는 소리가 어울어져 은은한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있습니다. 스사사 하는 가느다란 바람소리가 배경으로 깔려 그 신비감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면 눈부시게 흰 구름도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득 대어놓은 논으로 슬그머니 내려와 있습니다. 길가의 소나무도 이미 논물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 풍경 속으로 마셔도 될 듯한 맑은 물이 도랑을 흔들며 역시 노래를 부릅니다. 도랑물은 갑갑한지 더러 넘쳐 나와 길바닥을 사르르 덮어주기도 합니다. 길 위를 얇게 흘러가는 물은 자신에게 내려온 흰 구름과 함께 흐르고 있어, 마치 아가씨들의 얇고 보드라운 여름 원피스에 물무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평화스러운 풍경 속에서 주연(主演)은 단연 뒷산 뻐꾸기입니다. 뻐꾸기 소리는 마을 골목길뿐만 아니라 모내기를 앞두고 있는 들판에까지 스며듭니다. 그야말로 프리모 우오모(primo uomo)로서의 자신을 나타냅니다.

뻐꾸기는 화닥닥 날개소리도 보태어 존재감을 보이다가도 가끔씩 소리를 끊어 애절함을 더하기도 합니다. 혼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보다는 누구를 찾는 듯합니다. 누구를 찾기에 저리도 애타게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요. 그 사이 암컷은 자신의 알을 몰래 낳을 오목눈이의 작은 집을 찾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쨌거나 수컷은 노래와 울음소리를 여러 번 반복합니다.

늑대들도 울부짖는 소리를 통해 무리와 의사소통을 합니다. 하늘을 향해 목을 길게 늘인 채 긴 울음을 내뱉습니다. 이른바 하울링(Howling)입니다. 접두어 ‘How’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 어떻게 할까? 너는 어디에 있니?’ 하고 높고 길게 울어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에서도 소리가 가장 큰 의사소통 수단임을 생각하면 새들에게 있어서도 소리는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임을 금방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곤충은 곤충대로 산새는 산새대로 각각 자신만의 소리로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는 동류(同類) 간의 소통이기도 하지만 온 세상과도 소통하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새들의 소리를 듣는 인간도 그들의 의도를 유추할 뿐 아니라, 또한 짐승들끼리도 이를테면 노루와 새들도 서로의 소리를 통해 상대방의 위치와 의도를 짐작하고 있을 테니까요.

심지어는 물고기도 수중음향탐지기를 써서 연구해 보니, 몇몇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가 이빨이나 등지느러미의 가시와 추골을 사용해서 소리를 내어 적을 방어하거나 이성을 유인하는 데 쓴다고 합니다. 양서류의 경우는 여러 종의 도롱뇽이 휘파람 소리를 내고 어떤 종은 짖기까지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노래 역시 짝짓기와 세력권 지키기에 쓰이고 있습니다. 매미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충류에서도 방울뱀의 경우 꼬리에서 방울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새들의 울음소리가 가장 다양합니다. 종(種)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意思)에 따라서도 높낮이를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참새류는 약 20가지를 낼 수 있으며 은갈매기류는 13가지 정도를 낸다고 합니다.

새들은 특히 번식기에 많은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새들은 자신의 새끼에게 물어다 줄 먹이가 많을 때를 맞추어 부화시켜야 하니 바로 지금이 그 시기로 보입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생명의 원천으로서 뻐국새 왈츠를 듣게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요한 슈트라우스를 포함하여 많은 작곡가들이 뻐꾸기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한 것은 그들도 바로 지금 이 시기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오케스트라를 새들의 노래 소리가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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