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강기퇴이(綱紀頹弛),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군의 강기퇴이(綱紀頹弛),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 승인 2021.06.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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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공군 여중사 성추행 자살 사건과 관련한 청원이 30만 명을 넘기며 국민적 공분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 제 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공군 여성 부사관인 이중사가 남성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여 여러 차례 신고하였으나 전부 묵살 되었고 종국에는 2차 가해까지 시달리다가 2021년 5월 22일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자살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경위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관련자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유가족에 대한 애도 또한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아래와 같다.

이중사는 올해 3월 초 코로나로 인한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선임으로부터 회식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받고 내키지 않지만 상관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회식에 참석하게 되었고 알고 보니 이는 회식이 아닌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 자리였다. 최초의 사건 발단부터 경악스러운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군대의 기강이 아무리 해이해졌다고 해도 이 지경까지일 줄 일반 국민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가당치 않았던 술자리에서 이중사는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더 윗선에 신고했으나 신고를 접한 또 다른 선임은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중사를 회유했고 이 와중에 가해 선임은 숙소까지 따라와서 "신고할테면 해봐라,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고 한다. 관련한 다수의 선임들은 이중사에게 입막음을 시도하였고 심지어 이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도 압박이 가해졌고 가해자와 이중사의 분리조치도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도 이중사는 포기하지 않고 성고충상담관과 22차례 상담을 받았고 4월 중순에 상담관에게 자살 징후가 담긴 메시지를 보냈고 이 후에도 2주 동안 6차례의 상담과 진료를 받았고 상담소 측은 4월 말 "자살 징후는 없었고 상태가 호전됨"이라는 이유로 상담을 종료에 급급하였다. 이중사는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뒤늦게 부대를 옮기게 되었으나 돌아온 처우는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치료가 아닌 '관심병사'였다. 이중사는 5월 21일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하고 다음 날 오전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이중사는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았고 이 영상은 유가족이 공개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한 기구를 신설하고 군사법원법 개정을 촉구했다고 하고 국방부에서는 군 조직의 성폭력 사건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전담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번 사건만이라도 제대로 된 강경 처벌이다. 오죽하며 자신의 자살 과정을 동영상으로까지 찍어서 증거를 남기려고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사건의 말로가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당사자였던 이중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성실히 복무하다 맞이한 억울한 죽음인 만큼 모두가 강한 책임을 느끼며 이 사건을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이러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유독 군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법의 울타리 밖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국민이 많다. 필자 역시 군부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편인데 그도 그러할 것이 사건의 경중과는 무관하게 군부대 사건 대부분은 군대 안에서 조사하고 결론을 짓기 때문에 당연히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 곳이므로 일반적인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시선이 많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시선은 군 내부의 많은 사건·사고를 축소 내지는 은폐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추측한다.

이중사 자살과 관련하여 군의 기강 및 군의 문제 처리방식에 대한 국민불신이 가득한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군대구병원에서 육군 장병들에게 코로나 백신이 아닌 식염수를 투약했다는 제보가 이어져 또 한번 군은 빈축을 사고 있다. 차라리 국군대구병원에서 사고 발생 직후 이와 같은 실수를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표가 일반 사병의 폭로와도 같은 제보보다 앞섰더라면 국민의 실망과 불신은 덜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징병제인 만큼 국민은 그 무엇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군을 기대한다는 것을 군과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기퇴이[綱紀頹弛] - 정치를 펴는 道理(도리)나 나라를 다스리는 바탕이 되는 질서가 무너지고 解弛(해이)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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