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먹을 땐 칼국수, 영양 필요할 땐 콩잎
아껴먹을 땐 칼국수, 영양 필요할 땐 콩잎
  • 김종현
  • 승인 2021.06.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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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음식 세계로] (21) 밀과 콩
여러나라에서 먹는 가느다란 면
송대 ‘살면서 국수는 필수로 먹는다’
명청 때는 소면을 ‘장수면’이라 불러
베트남·캄보디아는 쌀국수 즐겨 먹어
콩잎장아찌 먹는 대구·경북
콩의 별명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
영양실조 방지하고자 교도소 콩밥 배식
검은콩·감초 넣은 감두탕, 위암 예방용
한톨의밀씨
한톨의 밀씨가 자라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림 이대영

국수(麵)는 설문해자에서 “소맥(밀)의 마지막 분말로 가늘게 화살모양의 가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809년 ‘규합총서(閨閤叢書)’나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사고(五洲衍文長箭散稿)’에서도 밀국수 음식을 먹었다고 적고 있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오키나와(琉球), 베트남(米麵), 캄보디아(米麵) 등에서도 국수를 해먹고 있다. 정성을 담은 국수공양(素麵)은 지금도 대승불교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채소나 육류를 가미하지 않은 순수한 국수를 공양하는 걸 대승불교에서는 소면공양이라고 한다. 송대(宋代)에서는 ‘항다반사(恒茶飯事)’라는 말처럼 ‘살아가는데 국수는 필수로 먹는다(居家必用).’라는 말이 있었다. 소면(素麵)은 명청(明淸) 때는 ‘장수면(長壽麵)’이라고 했으며, 일명 ‘삭면(索麵)’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일본의 소면을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왜면(倭麵)’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무병장수(無病長壽) 혹은 수복(壽福)을 의미할 때 국수처럼 ‘길게 연장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일본 에도막부(江戶幕府) 이후엔 일본국수는‘메밀국수(蕎麵,そば)’로 송구영신(送舊迎新)혹은 화단복연(禍斷福延)의 의미로 ‘똑똑 끊어짐’을 기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년세찬 혹은 명절요리인 ‘오세치요리(御節料理)’로 먹는 전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국수를 만드는 방법을 보면 과거에는 반죽을 해서 i) 홍두깨 등에 감아 밀어서 넓힌 뒤에 칼로 썰어서 만들었다. ii) 찰기가 거의 없는 콩, 옥수수(올챙이국수), 메밀(냉면) 혹은 쌀로 국수(쌀국수)를 만들 때는 반죽을 해서 압착기(틀)를 이용했다. 베트남에서는 쌀가루를 찌짐(전)처럼 널따랗게 구워 말린 뒤에 가늘게 썰어서 국수를 만든다. 캄보디아에서는 쌀국수를 우리나라 강원도에서 하는 옥수수 올챙이국수와 같은 방법인 국수틀을 사용한다. iii) 중국에서는 다양한 국수가 있는데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좌우로 뽑으면 납면(拉面), 반죽을 홍두깨 같은 막대기(棒) 등으로 밀어 펴면 간면(幹麵), 눌러 뽑는 압면(壓麵), 산서성(山西省) 별미(別味)인 수제비를 뜯어 넣듯이 만드는 추면, 칼로 잘라내면 절면(切麵), 하북성 고성현 특미로 아주 가는 면발이 특징인 용봉괘면(龍鳳掛麵), 용수봉미공면 혹은 괘면(掛麵), 원나라 당시 한민족의 반란을 방지하고자 금속제 무기를 몰수했기에 얇은 쇠 조각(薄鐵片)을 이용해 채를 썰 듯이 만들면 도삭면(刀削麵), 신강(新疆)과 같은 서북지역에선 물고기 모양 수제비를 뜨는 발어자(撥魚子) 등이 있다.

평소 쌀을 늘여(아껴)먹는다고 저녁은 무조건 홍두깨(손)로 민 칼국수(手延麵)였다. 어머니의 홍두깨 솜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칼국수라고 물만 가득하고 몇 가닥의 국수 건대기로는 젓가락으로 건질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씹어 먹을 필요조차 없었기에 양념간장을 타서 칼국수그릇을 그냥 들고 마시기도 했다. 어느 날 어머니께 “옆집처럼 수제비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가 “밀가루 도둑놈, 수제비를 만들어 달라고, 이놈이 정신이 있나? 수제비 한 그릇이면 칼국수가 세 그릇이나 나오는데...”호되게 꾸중만 들었다. 이렇게 식량을 늘여(쌀 대용식으로 아껴먹어) 우리 집은 그해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겼다. 밀농사가 잘 되면 제분해 제면소(製麵所, 국수공장)에 가서 틀(기계)국수를 만들어 왔다. 그핸 잔치국수, 누른국수, 비빕국수, 볶음국수 등으로 매일 국수잔치를 열었다. 품앗이를 하는 모내기, 벼베기, 벼타작 등이 있을 경우에는 국수에다가 라면을 섞은 라면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 습성으로 요사이도 몸살이 나거나 몹시 심신이 피곤하면 라면국수를 ‘기력회복면(氣力恢復麵)’으로 먹는다.

콩은 한반도 두만강유역이 최고(最古) 원산지

콩에 대한 기록으로 시경(詩經)의 콩이란 표현을 보면 “콩 따서 콩 따서, 모난 바구니에도 둥근 광주리에도 담아요.”라는 콩 따기(采菽)이란 시(詩)가 나오고, 콩두(豆)자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콩두(豆)이지만 대부분은 제사접시(祭豆)를 의미하고 있다. 시경에 나오는 이 채숙시가(采菽詩歌)는 삼국지상의 형주(荊州) 근처 양자강 중류(華中地方)으로 보고 있다. 시경과 거의 같은 BC 8세기경에 저술된 ‘일리아드(Iliad xiii, 589)’에서도 “마치 콩 타작에 검정콩과 완두콩이 타작마당을 튀어나오듯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런 표현은 당시의 표현이 아니라 후대에 비유를 위해서 가첨했다. 마치 625전쟁 당시 총탄이 쏟아지는 전투장면을 무성영화 변사(辯士)들이 “콩 볶듯이(콩 튀듯이)” 혹은 “콩 튀듯 팥 튀듯”라고 입담을 과시한 것과 같다. 오늘날 직장에서 상사가 직원에게 스트레스를 줄 때 “멸치 볶듯이 달달 볶는다.”, “미꾸라지에 소금 팍~ 친 양” 혹은 “일식 주방장마냥 머리치고, 배따며, 회까지 친다.”고 야무지게 비유하고 있다.

또한 관중(管仲, BC 725~ BC 645)의 저서 ‘관자(管子)’에서도 ‘융숙(戎菽)’이라는 지역이 나오고 있다. BC 623년 사마천의 사기(史記) “제(齊)나라는 북으로 산융(山戎)을 정벌하고, 고죽국(孤竹國)까지 갔다가 융숙(戎菽)을 얻고 돌아왔다.”는 기록에서 ‘융숙(戎菽)’이라는 표현이 다시 나온다. 융숙(戎菽)이란 ‘콩(菽)을 심어서 먹는 오랑캐(戎)’라는 표현으로 BC 800년경에 이미 만주와 요서지역에 콩을 재배하면서 살았다. 이런 고고서지학적인 측면에서 두만강유역이 바로 콩의 원산지다.

고고생물학적 증거로는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소로리 구석기시대 유적지가 있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제1차, 2001년 제2차 유적지 발굴을 했다. 마지막 간빙기 퇴적토층에서 콩 꽃가루 화석이 출토되었다. 연도 측정한 결과 13,000년 전까지 소급되었다. 고고학적 출토유물에서도 콩 재배의 기원지가 한반도라는 사실이다. 또한 고서지학에선 벼가 한반도에서 재배되기 이전에 콩이 재배되었다고 보고 있다. 왜냐 하면, 콩은 뿌리혹박테리아(leguminous bacteria)가 있어 아무리 척박한 토질에서도 잘 자란다. 스스로 질소화합물을 생산하기에 어디서나 재배하기 용이했다. 그래서 지구촌 재배구역이 넓어졌다. 서양의 기록에 의하면, 대두가 유럽에 전파된 연대는 18세기 초반이고, 미국에는 19세기다.

다른 지방에서 대구(경북도)에 오면, “우리 집에선 소에게나 먹이는데 이 집에선 사람이 먹네?”라고 놀라는 음식이 콩잎장아찌다. 그건 모르는 말씀이다. 제주도에서도 고기쌈에 콩잎을 먹는다. 이런 콩잎 장아찌를 먹고자 어릴 때 논둑과 밭둑에 콩을 심었는데 이때 “씨앗을 3개 이상 넣어라. 하늘의 새도 1 개, 땅 지시미(地蟲)도 1 개, 그리고 우리도 1 개씩 나눠먹어야지.”라고 어머니는 당부했다. 사실은 1~2개씩 심는 것과 3개씩 심는 것의 발아율 차이는 천지차이다. 왜냐 하면, 식물은 싹을 틔우는 순간부터 생존경쟁을 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코피 콩을 심을때 반드시 3개 이상 땅속에 심는다. 콩의 식물이 갖고 있는 생존본능을 자극해서 발아율을 높인다.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field’s beef)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같은 무게 소고기의 1.7배 열량을 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라면(짜파게티)에 들어가는 고기는 ‘콩고기(bean meat)’라고 하며, 콩나물에는 콩에는 없는 신비한 영양소 비타민C가 합성된다. 그래서 콩나물국밥은 숙취 해장국으로 최적이다. 과거 교도소에서 영양실조를 방지하고자 특별히 콩밥을 배식했다. “콩밥 먹이겠다.”는 협박은 투옥시키겠다는 의미로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조비(曹丕, 187~226)가 동생 조식(曹植, 192~232)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속칭 조식의 ‘칠보시(七步詩)’다. “콩을 삶는데 콩깍지를 태우니, 솥 속의 콩이 울고 있겠구나. 본래 콩이나 콩깍지는 한 뿌리에서 났건마는, 어찌 이리도 급하게 삶아야 되는가요?”라며 형제인륜을 언급하자, 결국 형은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남녀 간 사랑으로 눈앞에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할 때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情人眼里出西施).”고 말한다. 이 표현은 청나라 조설근(曹雪芹, 1715~1763)이 1791년에 발표한 ‘홍루몽’에 나오는 표현이다. 1997년도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귀도(Guido Orefice)에게 배운 예쁜 공주님(Beautiful Princess)!이라는 말이 입에 익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이 말을 들은 아내는 “아직도 그놈의 콩깍지는 벗겨지지 않았네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서양에서도 콩의 단백질원으로서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프랑스의 카술레(cassoulet), 독일의 아인토프(eintopf), 스페인의 파바다 아스투리아나(fabada asturiana), 포르투갈 혹은 브라질의 페이조아다(feijoada), 미국 칠리 콘 카르네(chili con carne) 등에 콩이 고기와 같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위암예방의 처방약으로 검은 콩과 감초를 넣은 해독용 감두탕(甘豆湯)이 있다. 최근에 콩의 이소플라본(isoflavone,C15H10O2)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C18H24O2)과 유사성이 있고 대사교란물질이라는 의심이 나와 논란이 된 적 있다. 그러나 32개 관련논문의 메타분석을 통해 내놓은 결론은 ‘근거가 없다’로 정설이 굳어졌다.

글·그림=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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