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자신의 코를 자르다
<대구논단>자신의 코를 자르다
  • 승인 2010.07.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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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을 드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부드러워도 속으로는 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겉으로 부드럽게 보이려면 먼저 내재적인 강직함을 갖추어야 한다. 확고한 소신과 분명한 가치 체계를 바탕으로 강직한 실행 태도를 가꾸어야 외유내강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옛 중국 양(梁)나라에 고행(高行)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의 이름이 처음부터 고행은 아니었다. 행실이 착하고 높다하여 나중에 얻은 이름이다. 고행은 젊어서 남편이 죽어 일찍 과부가 되었지만 새로 시집을 가지 않았다. 언제나 상냥한 얼굴로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었다. 아무리 화가 나는 사람이라도 이 여인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금방 화가 풀려버릴 정도였다.

거기다가 고행은 미인이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고행을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거절했다. “저는 이미 결혼을 한 몸입니다. 다시 시집을 갈 수 없습니다.”고행이 미인이고 또 절개가 굳다는 소문이 온 나라에 퍼져 마침내 임금도 고행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임금은 사신을 시켜 많은 선물을 고행에게 보내면서 회유하였다.

“궁궐로 오면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소원이라도 다 들어주겠다.” 그러나 고행은 고개를 저었다.“여자는 한번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옳은 일에 죽지 못하고 살려하면 이는 불신(不信)이 되는 것이며, 귀한 것을 따라가서 천한 것을 잊는다면 이는 부정(不貞)이 되는 것입니다. 의리를 버리고 이익을 따르는 것은 사람의 바른 도리가 아닙니다.”

그래도 사신이 물러나지 않자 고행은 갑자기 숨기고 있던 칼을 꺼내어 그만 자신의 코를 자르고 말았다. “저는 이제 스스로에게 벌을 내렸습니다. 죽지 못하는 까닭은 차마 어린 자식으로 하여금 거듭 고아로 만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왕께서 저를 요구하는 것은 미색(美色)일 텐데, 이제 저는 형벌을 받아 미색을 잃은 몸이니 저를 자유로이 놓아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발 저를 이대로 놓아두십시오.”

이에 사신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나 그대로 왕에게 전했다. “아, 정말 듣던 대로 대단한 여인이로다. 내가 부끄럽게 되었구나. 나라에 이처럼 높은 정절을 가진 여인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자랑스러운 일이로다. 그 여인의 행동이 지극히 높으니 앞으로 호를 `고행(高行)’이라고 하고, 매년 양식을 내리도록 하라.”

그리하여 고행은 둘레 사람들로부터 더욱 존경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이야기 속 고행의 행동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결혼한 몸이고 자식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신체를 함부로 훼손하는 것만이 과연 능사였는지, 이 또한 하나의 극단적 행동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자신의 가치 체계에 따라 분명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이다. 확고한 자기 신념 없이 흔들리는 사람에 비해 분명한 실행 준거를 가지고 있다.

우리들의 가치 기준이 대의명분에 충실하고 인간적인 양심을 바탕으로 할 때에 개인은 물론 그 사회 전체가 바르게 선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도하 언론에 오르내리는 각종 비윤리적인 사건들을 대하노라면 오늘 날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분명한 가치 기준을 실현하고 또한 모범보이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서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기성세대이며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다. 책임감을 느끼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회, 모든 구성원이 동참해야 한다. 언론을 통한 전 국민 계도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의 사회교육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교육을 통한 철저한 정신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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