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공정 담론은 저소득층 자녀들 학습격차 해소부터
[윤덕우 칼럼] 공정 담론은 저소득층 자녀들 학습격차 해소부터
  • 승인 2021.06.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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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공정(公正)이 시대정신으로 강조되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한결같이 공정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 이재명의 ‘성장과 공정’, 유승민의 ‘공정 소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정한 경쟁’,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정과 상생’에 이르기까지 공정이 이 시대의 화두다. 그러나 무수한 공정 담론 속에서도 가장 먼저 우선되야할 것은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습격차 문제 해결이다. 그렇지 않은 공정 담론은 정치구호이자 말장난일 뿐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어린 시절의 학습격차가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심각한 사회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말했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교육을 통해 모두가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어릴 때 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학군이 좋으면 아파트 가격도 엄청 비싸다. 이제는 좋은 학군에 살지 않더라도 그들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질 좋은 학습플랫폼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다. 정치권과 교육당국이 수십년 동안 허울 좋은 공교육 강화를 외치고, 전교조가 사교육 조장 운운하며 위선을 떨고 있는 사이 저소득층 자녀들은 시작부터 이런 질 좋은 교육플랫폼에서 소외되고 있다.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교육당국이 수년 전 부터 선행학습 금지까지 법률로 제정하고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지만 공염불이다. 오히려 사교육이 심화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들만 허울 좋은 공교육 프레임에 갖혀있다. 그 결과, 빈부격차에 따른 학습격차는 갈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교육이 늘어나면서 더욱 그렇다.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은 비싼 학원을 다니거나 AI(인공지능)수업·온라인 수강 등 질 좋은 교육플랫폼을 이용하면서 대면수업의 공백을 메꾸고 있다. 반면에 저소득 가정과 소외계층 학생들은 좋은 교육플랫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 원격수업을 듣는 것이 고작이다. 교육당국이 학습부진 학생 지도를 위해 교사를 충원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반마다 여러명의 학습부진아를 위해 교사들이 개별지도에 나설 경우 낙인효과만 양산할 뿐 실제로 학습격차 해소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선학교 교사들의 솔직한 얘기다. 효율은 떨어지고 교사 인력충원에 따른 인건비만 낭비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공교육을 강조하지만 급변하는 교육환경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무상급식·무상교육도 하고 있는 교육당국이 공교육 보완차원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이 민간이 개발한 질좋은 교육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하고 비용면에서도 효과적이다. 공교육의 질을 질 좋은 사교육 시장만큼 올리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사교육 조장 운운하는 전교조 눈치를 살핀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사교육을 금지한다며 만든 선행학습금지법은 사실상 저소득층 자녀들의 손발만 묶어 놓고 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육의 불평등이 가져오는 기회의 불공정에 대해서 뼈저리게 통감했습니다. 우리의 초중등교육은 여러가지 이유로 뒤처진 아이들에게 다시 제 궤도로 올라올 기회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역부족이었고, 아이들은 사교육의 혜택을 받기에는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란 교육봉사단체를 이끌면서 느꼈던 소회다.

AI개인교사와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모든 학생이 AI 개인교사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중국·영국 등이 이미 우리보다 5년에서 10년 먼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시절의 학력격차 내지 학습격차는 사실상 중고등학교로 이어지고 그러한 학력의 격차는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지며 직업선택에서 소득의 격차로 나타나 사회불평등의 심화로 연결된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저소득층 자녀 학습격차해소를 위한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 런’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 런’ 사업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명 학원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교육비 걱정 없이 공부하게 해서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사업은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업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완전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관련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초중등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습격차 문제 해결 노력이 없는 정치권의 공정 담론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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