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모방 = 공감 ?!
<대구논단> 모방 = 공감 ?!
  • 승인 2010.08.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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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며칠 전 인간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존재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대가 누가 됐든 대화 상대방과 공감하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상대의 억양, 콧소리, 말투 등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고 흉내 낸다는 것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로렌스 로젠바움 교수의 연구 결과이며 `관심, 지각과 정신물리학(Attention, Perception and Psychophysics)’저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의 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참가자들에게 테니스, 양배추 등 80개의 단순한 어휘를 다른 사람이 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 말하는 것을 관찰하게 했다. 그 후 다시 입모양만으로 한 단어를 말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주어진 두 가지 답안 중 맞는 어휘를 찾게 해 소리 내어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험 참여자들은 자기의 평소 말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입 모양 만으로 들려주던 방식으로 단어를 소리 내어 말했다.

이를 통해 로젠바움 교수는 인간의 뇌는 선천적으로 상대방과 유대감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을 끊임없이 모방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생전 처음 본 사람, 외국인, 입술 모양만으로 말하는 모습만 봐도 그저 따라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것도 상대방의 버릇이나 자세, 얼굴표정 등 세밀한 부분도 따라한다고 말이다.

이 연구 결과대로 인간은 상대방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모방하도록 돼 있다면,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행하는데 있어서도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모방한다면 공감대를 강화시켜 나가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심리치료-상담심리학의 NLP이론에서는 대화중 상대방과 공통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여기서 공통점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언어적, 비언어적, 준언어적인 요소에 따라 동질적인 요소를 만들어 보조를 맞추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먼저, 언어적인 요소라고 하면 백트래킹(backtracking)이라고 해 말 그대로 맞장구를 치면서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메시지 중 중요한 부분에 관심을 보이며 맞장구치듯 되풀이하고 반복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요즘 아이들 교육시키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면, “맞아요. 신경 쓸게 너무 많죠.”라는 식으로 상대의 말을 그대로 정리하고 상대가 느끼는 감정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기법이다.

이어 비언어적인 요소에 대한 맞추기는 `미러링(mirroring)`이라고 한다. 비언어적인 요소라고 하면 자세, 제스처, 얼굴표정, 눈 깜박임 등과 같은 것인데 이를 마치 거울을 보듯 상대방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기법이다.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부분을 따라하는 것을 흉내 내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반응을 똑같이 흉내 낸다는 느낌을 줬을 때 상대방은 금방 이를 눈치 채게 될 것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못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상대방의 행동을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면 나는 왼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상대방이 팔짱을 끼면 나도 팔짱을 끼는 식이다. 웃을 때 웃고 울 때 같이 우는 것도 미러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준언어적인 요소로 맞추는 방식을 페이싱(pacing)이라고 한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로 준언어적인 요소인 호흡, 음조, 빠르기 등을 맞추며 일치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말을 시작할 때 호흡이 대체로 빠르고 얕으면, 자신도 그에 따라서 페이싱 기법을 사용해 빠르고 얕은 호흡으로 상대방의 호흡과 본인의 호흡을 맞춘 다음, 서서히 침착한 호흡법으로 리드해 나가면서 상대방과 안정된 호흡 상태로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 상대방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모방한다는 것. 어쩌면 인간은 모방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흉내를 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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