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진정한 휴식
<대구논단> 진정한 휴식
  • 승인 2010.08.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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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요즘은 휴가철이라 아파트 주차장도 조금은 한산하고 피크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바다나 계곡엔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월요일 출근을 하면 직원들이 이번 휴가 때 어디를 다녀왔고 며칠 후 어디를 갈 계획이라는 얘기들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휴가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만 이일 저일 신경쓰다보니 막상 구체적인 날짜를 잡고 계획을 세우는 게 실천으로 옮겨지지가 않는다.

지금 방학이다 보니 학교에서 일하는 나에게 방학이라 좀 덜 바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내 생활은 학기 중이나 방학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직장에서 보직이 바뀌고 업무가 바뀌어도 일이 늘거나 줄었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듯하고 가족들에게 늘 불평을 들으며 살아온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업무의 성격과 상관없이 일을 처리하는 습관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문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명예와 권력을 위해, 더 많은 성취를 위해 몸과 마음을 혹사한다는데 있다. 한 마디로 욕심이 문제인 것이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고, 몸이 없으면 마음도 없는데 부와 명예와 권력을 위해 몸을 혹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매일 놀러 다니며 일을 하지 않고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가진 게 시간과 돈 뿐인지라 세계 어디든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고 먹고 싶은 것 원 없이 먹으며 백화점 명품이 아니면 옷이든 신발이든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들을. 그들에게 있어서 쉬는 것은 휴식이 아니며 노는 것은 노는 것이 아니라 일이다.

한 때는 그런 사람들의 팔자가 부러웠다. 세상에 할 수 없는 일이 없을 때 그 영혼이 얼마나 황폐해지고 허무할지를 짐작할 수 있기 전까지는…. 인간은 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몰입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 어린 시절 종종 경험한 것처럼 국어 공부하면서 다음시간에 있을 수학 걱정하고, 정작 수학 시간엔 전 시간의 국어 걱정 하듯이 일을 해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집중해서 땀 흘리며 일하는 만큼 간간히 찾아올 휴식의 가치와 즐거움도 비례해서 커지기 마련이다. 일과 노력과 성취를 통해 인간은 더 큰 감사와 보람과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떤 일도 무리해서는 안 되고 적절한 휴식을 통해 충전이 이루어질 때 일의 효율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활도 쓰지 않을 때는 줄을 풀어놓아야 하고, 기타 줄도 연주하지 않을 때는 줄을 풀어놓아야 악기가 상하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인간에게도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휴가철을 맞아 가족들과 어디를 다녀와야만 꼭 좋은 휴식은 아닌 것 같다. 휴가(休暇)는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지만 재충전을 위해 혹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휴가를 다녀온 후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힘들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휴가후유증’을 호소할 정도로 휴가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뜨거운 햇살 아래 물놀이 등으로 즐겁고 신나게 보낸 시간만큼 우리의 신체 곳곳에는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감, 수면장애에서부터 피부, 귀, 눈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고 생체리듬의 교란으로 업무에 다시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휴식이란 꼭 몸이 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몸이 쉬고 생각이 쉬고 마음이 쉴 수 있는 오아시스는 꼭 어떤 장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모처럼 얻은 휴가를 통해 책을 읽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훌륭한 휴식이 될 수 있고, 가족들과 유익한 체험활동을 하거나 바쁜 일상에서 충분히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며 희망적인 미래를 함께 꿈꾸는 것도 멋진 휴식이 될 수 있다.

휴식할 수 있는 자격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며, 진정한 휴식은 단순히 몸이 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쉬는 것이고 영혼이 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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