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정치· 행정의 정도(正道)
<대구논단>정치· 행정의 정도(正道)
  • 승인 2010.08.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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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요 며칠 사이 무려 400페이지에 이르는 책 한권을 완독했다.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 강의로 알려진 저자의 주장은 더운 날씨에 시원한 청량제를 뿌려준다.

과연 인간사회에 정의가 존재하는가. 만인이 인정할 만한 정의의 철학적 개념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의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집단사회 어디에나 나름대로의 정의의 잣대는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다.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말짱 거짓이다. 욕심과 동의어로 이해할 수 있는 인간욕구에 대해 인간행동심리학자인 매슬 로우(Maslow)는 인간욕구의 5단계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면 누구나 원초적· 동물적 욕구인 식욕, 성욕과 같은 `생리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2단계는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생활의 안정을 바라는 안전·안정의 욕구로 일반적인 개념이다. 3단계는 자기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인간관계의 폭을 확장해 가는 `사랑과 친교의 욕구’로 사회성과 관계된다.

3단계의 욕구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성숙해 가면서 차원 높은 욕구단계로 접어든다. 4단계인 `존경의 욕구’가 그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사랑과 친교의 욕구를 기반으로 남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탐하게 된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든가 지도자적 입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자기실현의 욕구’다. 인간 삶에서 자기 가치를 구현하는 위치에 이르는 궁극적 욕구로 자랑스럽고 만족할만한 후회 없는 삶의 경지에 도달함을 의미한다.

매슬 로우의 욕구이론은 물질적· 정신적 욕구의 혼합체로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옳을 상 싶다. 현대 시장경제하의 인간욕구는 주로 물질적인 측면을 강조하는데 반해 공자는 인간 삶의 연륜에 따라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도덕적· 정신적 자기통제를 강조하고 있다. 논어의 위정 편에 실려 있는 학(學),입(立),불혹(不惑),지천명(知天命),이순(耳順),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가 그것이다.

인간 삶의 철학적 패러다임 측면에서 현대인의 삶의 가치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물질세계에 탐닉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인간욕구를 지향하면서 사회공동체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에 주목한다.

앞서 책에서 저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정의란 공리나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 정의란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것, 마지막으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세 번째의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초·중·고 시절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교육을 받아왔지만 실제 생활에서의 적용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특히 정치·행정에 종사하는 공직자는 정의의 개념을 바로 알고 실천하는데 솔선해야 한다. 국민들의 생각은 외면한 채 자기주장만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자세가 아니다.

민주주의체제에서는 획일적인 사회가치는 허용될 수 없지만 다양한 가치의 최대공약수를 찾는 지혜가 절대 필요하다. 이는 공직자를 포함한 국가사회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정치가나 행정가의 지나친 개인적 욕구 지향이 사회의 공동선을 방해하는 개인지향주의로 나간다면 공동체의 가치는 허물어지고 미덕은 찾기 어렵게 된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팽배해 있다. 자기 이념과 다른 가치는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정의라고 여기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 놔도 야당 또는 노선을 같이 하는 집단에서는 반대부터 해 놓고 본다. 입이 닳도록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자기고집을 꺾지 않는다.

자기주장에 따라오기만을 닦달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샌델의 정의가치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정의는 국민다수를 위한 공동선을 찾는 것이고 그 위에 미덕을 세우는 것이란 말을 재음미해 봐야 한다. 국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행정가의 정의에 대한 가치가 바로 설 때 국민들의 신뢰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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