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프로야구에 숨은 스토리텔링의 힘
<대구논단>프로야구에 숨은 스토리텔링의 힘
  • 승인 2010.08.24 15: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2010 프로야구가 역대 최소경기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주 토요일 4개 구장에서 모두 5만 5,108명의 관중이 입장해 올 들어 446경기 만에 총 관객 501만 8,238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7년 447경기보다 1경기 앞선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이다.

2년 연속으로 개막전과 어린이날에 전 구장 매진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던 2010 프로야구는 국지성 호우와 무더위로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지난해에 비해 관객이 3% 정도 증가했고, 이대로라면 역대 최초 600만 관객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야구에 대한 열기가 요즘 뜨거운데, 그렇다면 우리는 왜 프로야구에 열광할까? 몇 가지를 짚어본다면 먼저, 지역 연고제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겠다. 그동안, `고교야구’에 뿌리를 두고 그 자산을 확대·재생산해내면서 오랜 팬 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이 스스로 즐기는 야구 문화를 만들어 흥미를 창작해 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관중 스스로가 카피라이터가 되는 다양한 피켓 응원이나 분리수거용 쓰레기봉투를 머리에 얹고 응원을 한다든지 응원팀이 우승기록을 세워 나가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를 불러 야구장을 가득 차게 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서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들은 다른 스포츠에서도 얼마든지 성립이 되는 조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른 스포츠와 차별화될 수 있는 프로야구만이 가지는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스토리의 힘이다. 프로야구는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 스포츠 경기다. 그러다 보니 쌓이는 기록들도 많아졌다. 기록이나 통계가 곧 스토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록은 축적될수록 의미가 배가 되는데 프로야구는 그 면에서는 다른 종목이 가지고 있지 않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프로야구의 역사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무수한 스토리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투수가 한구 한구를 준비하고 투구하는 지루한 시간들 속에서 타자와의 묘한 심리적인 압박과 경쟁을 즐기게 되고, 각 수비위치 하나하나에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전까지 감상하게 된다.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보다가도 투수와 포수 그리고 타자의 삼각구도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벤치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 감독의 표정, 주요 관중들의 모습들을 통해 묘한 심리적 상황을 연출해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필요시점마다 풍성한 기록과 시의적절한 과거사건, 사고, 일화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나 감독들 간에 기존에 벌어져온 사건이라든지, 유명한 투수가 특정 타자에게 유독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화면에는 그 타자에게 이전 경기에서 중요한 상황에 결정타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든지 하는 하나의 드라마를 보듯이 연속적인 관계로 스토리를 찾아 관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야구는 이전에 일어난 에피소드와 연관시켜 매 경기 때마다 스토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구조를 가진 스포츠다. 그러면서 야구를 보는 흥미를 돋우기도 하고 경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농구나 축구와 같이 지속적으로 선수들이 움직이며 이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요 볼거리인 것과는 달리 야구는 9회의 경기내용과 정적인 상황이 상당히 많아 다소 지루하게 느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에 문외한 사람들보다 프로야구 마니아들은 그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보다 풍부한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를 즐기고 있다.

프로 스포츠 중에서 프로야구 중계방송 횟수가 가장 많다. 프로야구 한 팀이 1년에 133경기를 치르기에 약 7개월이 걸린다. 그러기에 그 어느 스포츠보다 스토리를 장기간 공유해왔고, 지금도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 스토리를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기법이 여러 분야에서 수용자들의 마음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로야구 또한 그 스토리의 힘 때문에 점점 더 빠져들고 중독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