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년의 기억, 영원히 되새길 교훈
<기고>백년의 기억, 영원히 되새길 교훈
  • 승인 2010.08.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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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기 대구지방보훈청 선양교육팀장

지난 4일 안동에 있는 임청각의 소유권을 고성이씨 종중으로 한다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났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자 임청각의 주인이었던 석주 이상룡선생은 1911년 1월 가솔을 이끌고 혹독한 추위를 무릅쓰고 만주로 망명했다.

명문가의 종손으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일신의 안위를 뿌리치고 거친 만주 땅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하다가 그 곳에서 생을 마쳤다. 그런 와중에 일제하에서 호적제가 시행되면서 임청각의 소유권은 고성이씨 다른 파의 주손 4명 앞으로 넘어가고 세월이 지나면서 재산권이 상속돼 68명의 후손이 지분을 갖게 되었다.

이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석주선생의 증손은 천신만고했다. 마침내 석주선생이 임청각을 떠난 지 100년이 가까워 오는 때에 민족의 아픔이 배여 있는 임청각의 소유권 문제가 바로잡혀지게 된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10년 8월 29일 국권이 일제에 넘어가자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뜻있는 이들은 석주 선생처럼 외국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후일을 도모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그 분함과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여 순절하기도 하였는데, 국치일 이후 한 해 동안 순절하신 분들이 33분에 이른다.

특히나 금년 8월 29일은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한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치욕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영원히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민족이 겪은 질곡의 역사가 후세에 바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근세에 우리 민족이 겪은 뼈아픈 역사를 알지 못하고서는 올바른 국가관, 안보관이 정립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즈음 우리는 너무 안일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6일에 중·고등학생 80명과 함께한 보훈캠프 행사에 갔는데, 거기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2006년도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의 지문을 참가한 학생들에게 제시해 보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총을 들고 나가 싸우겠느냐?’ 이 지문에 겨우 서너 명이 손을 들었다. 어쩌면 쑥스럽기도 했을 것이고, 또는 선뜻 손을 들기가 어려운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반응에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2006년도 당시 설문조사는 한중일 3개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는데, 위의 지문에 한국청소년의10%, 일본은 41%, 중국은 14%가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을 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 `조국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 하는가’란 질문에 34개국 중 31위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절망적인 나라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교육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고 본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이때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당시에 왜 우리민족이 그러한 뼈아픈 고통을 당해야 했는지를 되짚어 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다시는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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