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인사청문회를 보는 눈
<대구논단>인사청문회를 보는 눈
  • 승인 2010.08.3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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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정치인들 빼고 청문회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후 수차례 청문회가 열렸으나 청문회에 관한 국민의 관심과 열기는 점점 식어져 가고 있다. 이유는 청문회가 국회의원들만의 흥행장이 되었고 청문회멤버 위원 개인적으로는 청문 스타가 되어보려는 의욕과잉, 정치적으로는 국민들을 뒷전에 둔 여·야간의 빅딜 형태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내용을 듣고 그에 대하여 물어보는 모임, 주로 국가기관에서 입법 및 행정상의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이해관계인이나 제 3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열리는 것’ 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조(목적)에서는 `국회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구성운영과 인사청문회의 절차·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 한다’라는 요식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나와 있다.

국무총리나 장관 등 행정부의 요직에 앉을 인사가 그 정도 인물이면 괜찮다는 일반적 인식에서 벗어나 국회가 공직후보자의 숨겨져 있는 흠결을 찾아 일부 국민들의 묵시적 동의아래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이고 기능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 인사청문회는 공직임명권자와 국회간의 힘겨루기 내지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대방도 기억 못하는 일까지 찾아 공개하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추궁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청문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으로 공직후보자를 거의 발가벗기는 식으로 청문하고 있지만 그것을 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청문위원인 국회의원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당신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흠이 전혀 없는 선량인가.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은 국민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선거전에 청문회와 버금가는 청문을 통해 도덕적으로 발가벗긴 후 후보자로 나서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부공직자를 닦달할 체면이라도 유지하지. 8.8개각으로 내정된 10명의 공직후보자 가운데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들과 흠결에 대하여 인내하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인사청문회의 취지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능력과 도덕성 검증에 있지만 우리의 경우 능력보다는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통 때는 누구나 하고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청문회 앞에서는 공직자로서의 도덕적 결함으로 나타난다. 부동산 투기, 자녀국적, 위장 전입, 병역 기피, 논문 표절, 음주 운전 등등 되풀이 되는 것 들이다.

`인사청문회법’이 만들어 진 이래로 공직후보자의 능력보다 이 같은 문제들이 늘 청문회 국회의원들의 도마에 올라져 있었다. 도덕적 흠집만 찾고 후보자 개인의 능력은 아예 검토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소속정당 또는 스스로의 정치적 목적에 무게를 두는 경우를 감지할 수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는 전자에도 두 차례나 있었지만 김태호 후보의 경우, 처음부터 지나치게 정치적인 냄새를 피웠다. 대통령의 진정성은 알 수 없지만 차기 대선 인물을 키운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차기를 꿈꾸는 측은 여러 췌언으로 김 후보자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기억이 헷갈려서 질의에 정확한 답을 못했다는 말을 했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지방행정 전문가라지만 흠결만을 찾으려는 노회한 정치인들의 함정적 질의에 말이 바뀔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것이 거짓말 하는 후보자로 몰린 부분적 이유도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낸 공직후보자를 사퇴케 한 청문회 국회의원에게 박수를 보낼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나. 총리후보자를 비롯한 장관 몇을 사퇴토록 했다고 야당들이 승리에 도취해 있는 모습도 보기에 뭐하다. 이런 청문회가 계속 반복되면 국정의 한 부문이 디렘마에 빠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공직 인선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하니 대통령의 체면이 구겨지지 않는 인사가 되도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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