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파워포인트 어떻게 포장하고 계신가요?
<대구논단>파워포인트 어떻게 포장하고 계신가요?
  • 승인 2010.09.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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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최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ISAF) 사령부에 근무하던 로런스 셀린 미군 대령이 ISAF의 `파워포인트 관료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보직 해임됐다.

셀린 대령은 UPI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아프간 사령부에서 2개월간 근무하면서 어떤 생산적인 일도 하지 못했다”며 “사령부의 장교들이 하는 일은 전쟁 승리보다 브리핑 그 자체가 목적이 돼 파워포인트 자료를 끝없이 수정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의 파워포인트 의존증의 심각성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미군, 파워포인트라는 적에 직면하다”는 기사에서 미군의 상황보고와 브리핑들이 파워포인트에 의존하면서 일종의 중독 증상마저 보이고 있다며, 미군 지휘부 내에서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보고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킴으로써 비판적 사고와 종합적 판단을 가로막고 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단적인 예로,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해 여름 카불에서 아프간 전황과 미국의 군사전략이 직면한 복합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파워포인트 브리핑을 받았다. 미 방송의 리차드 엥겔 기자가 공개함으로써 유명해진 브리핑의 한 대목은 `접시에 담겨있는 스파게티 같은’ 모습이었다. 국수 가락처럼 어지럽게 화살표로 연결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면서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아프간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파워포인트는 프레젠테이션을 효과적으로 작성하고 발표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을 논리적이고 쉽게 구조화해 표현하기 좋고, 발표자와 청중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프레젠테이션의 훌륭한 보조 도구이다. 한국프레젠터협회 이중구 회장은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기획 60%, 디자인 20%, 발표 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프레젠테이션에 담겨질 내용과 그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파워포인트가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기본 수단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파워포인트 포장 기술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목적이 없고 포인트도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워포인트라는 포장지 안에 중요한 콘텐츠를 담기 위해 종이와 펜을 들고 아날로그 식으로 이야기를 한번 구성해보자. 먼저, 주제와 관련해 지금 청중들이 처해있는 주요 환경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청중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다음 그 상황에서 청중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짚어준 후, 대개는 그 목표가 아직 충족되지 않아 청중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규명한다.

그 문제점에 대한 최상의 제안 혹은 방법을 말해 준 다음 청중들이 얻게 되는 혜택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 구성이 완성됐다면,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청중 지향적’인 디자인의 슬라이드를 만들어 청중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청중들에게 전달하느냐가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결정하는 마지막 변수가 된다. 즉, 설명하는 내용만큼이나 프레젠터의 전달하는 스타일도 중요하다. 슬라이드나 텍스트에 의존해 딱딱하게 정보는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메시지를 외울 만큼 완벽하게 숙지하고 청중들과 눈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며 발표한다.

청중에게 일방적인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대화하듯이 교감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청중들의 시선이 스크린 위의 파워포인트 문서에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 프레젠터가 스크린을 보조하는 조연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프레젠터와 청중과의 교류 속에 파워포인트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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