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육신의 영생은 행복일까?
<대구논단>육신의 영생은 행복일까?
  • 승인 2010.09.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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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몽 선 시조시인

예로부터 인간은 무병장수를 빌었고 불로장생을 염원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의 열망 대로 병 없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는 없다. 하지만 오늘날도 인간은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옛날과는 다르게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만 해도 60여 년 전까지 평균수명이 60세에 못 미쳤는데 2008년에는 남자 76세, 여자 83세 정도로 높아졌다고 한다.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인간수명이 150세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는 견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문득 캐나다 퀸스대학 크리스틴 오버롤 교수가 지은 책의 제목이 떠오른다. `평균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 생명연장반대론 과 생명연장옹호론 중 후자에 무게를 두었지만 영생 문제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젊어지는 샘물’이 있어 욕심꾸러기 할아버지가 너무 많이 먹고 젖먹이 아 기가 되었다는 전래동화가 있다. 이와는 다른 차원의 `영원한 삶을 주는 샘물’ 을 매개로 전개되는 미국 동화 작가 나탈리 배비드의 `트리갭의 샘물’은 상상 속에 확신을 심어주는 이미지가 살아 있다. 이 동화에는 온 가족이 숲속에서 목말라 마신 샘물이 영원히 사는 샘물이어서 100년을 지나도 17살 그대로인 아들과 그의 형, 아버지 터크씨, 어머니 등이 등장한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이들을 마귀가 씌었다고 기피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끝없는 유랑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 샘물가에서 10살의 주인공 위니를 만나게 된다. 이 가족은 이 아이에게는 샘물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건을 벌인다. 그 이유는 터크씨의 말속에 있다. “모든 것은 움직이는 수레바퀴처럼 변화할 때 아름답다.” “영원한 삶을 얻는 것이 축복만은 아니다.”

100년 넘게 늙지 않고 살아 온 터크씨는 이렇게도 말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만나고 자라고 변화하고 그래서 결 국 새로 태어나는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 자연의 질서이다.” 그러면서 터크씨는 자기 가족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이렇게 한탄하고 있다.

“수레바퀴는 우리 가족을 스쳐 지나가고 있어. 끝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야. 우리 가족처럼 영원히 사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 도무지 말이 안 돼. 어떻게 하면 다시 생명의 수레바퀴에 올라탈 수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하겠어. 죽는 것 없이는 사는 것도 없어.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것, 이것은 그러니까 사는 것도 아닌 거야. 우리 가족은 그저 있는 거야. 길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야.”

내 앞에 `영원히 사는 샘물’이라는 표를 달고 한 컵의 물이 놓여 진다면 과연 마실 수 있을 지 생각해 본다. 감히 마실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의 수명이 무한히 늘어나서 영원히 사는 것은 행복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위 두 책의 제목이나 간략한 내용에서 나름대로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래 살기도 바라지만 건강하게 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은 자신이나 가족, 나아가서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 한 일이다.

요즈음에는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부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의 비문 `나는 결코 태어난 적도 없고 나는 결코 죽은 적도 없다. 다만 이 세상을 방문했을 뿐이다. 1931년부터 1990년까지’에서처럼 주어진 삶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비명에 간 사람들은 분명 이 세상 방문도 덜 끝내고 계획보다 일찍 귀환했다고 시말서를 쓰고 있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이 세상을 방문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모른다. 그것은 하늘의 비밀이다.

우리들은 그것을 타고 난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부여된 방문 기간을 충실히 보내고 돌아갈 때까지 매사 긍정적인 사고와 떳떳한 행동으로 심신 모두 건강하게 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육신의 영생을 바라는 것은 마치 외국방문에서 귀국을 포기하고 불법 체류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쉴 새 없이 굴러가는 수레바퀴 위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정진해야 한다. 이것은 이 세상 방문을 허가받은 우리들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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