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어디까지 왔나
공공기관 이전, 어디까지 왔나
  • 최연청
  • 승인 2010.09.0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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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혁신도시 조성 의지가 다시 한번 천명돼야 할 판이다. 밀양신공항 지정, 4대강 정비사업 등 최근 첨예한 현안으로 여론의 눈과 귀가 쏠리면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이나 김천·대구신서 혁신도시사업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당시만 하더라도 대구와 경북을 먹여살릴 대형 국책사업들이었다. 그것은 지금의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사업들의 진행은 어떤 시점에서도 중요도가 큰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방정부와, 시·도민들의 관심이 온통 신공항으로 쏠리면서 혁신도시에 이전해 올 공공기관들은 이전 작업에서 다소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칫 공공기관 이전이 세월이 흐르다보면 유야무야로 흘러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기우까지 나오고있다. 그래서 정부의 의지 재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 신서지구와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이주해 오기로 한 25개의 공공기관들. 이들은 과연 현재 어떤 식으로 이전사업에 임하고 있는 것인지, 실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차일피일 혁신도시,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나 = 최근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대구 신서동에 조성중인 혁신도시 공사공정률이 30.2%라는 자료가 흘러나왔다.

김천시 남면, 농소면 일대에 조성중인 경북 혁신도시의 경우 44.9%의 공사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공정률은 애초 계획 공정률보다 1.2%정도 높거나, 8.1%정도 낮은 것으로 처음의 계획과 그리 어긋나지는 않게 진척이 되고 있는 것으로 얼핏 볼 수 있다.

전국 9곳의 혁신도시 공정률도 34.7%이니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들 혁신도시에 이주해 오기로 한 공공기관들 중 많은 곳이 이전 승인을 받고도 아직까지 부지매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이전해 올 12개의 공공기관 중 아직 6곳이 부지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으니 전체의 절반은 이전에 앞서 상황을 관망중이라는 얘기도 된다. 경북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13개의 이전 대상기관 중 5개를 뺀 8개 공공기관이 아직 부지계약을 마치지 않았다.

공사공정률은 그럭저럭 가고 있는 셈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 공공기관이 무언가 때문에 이전 움직임을 다소 움츠리고 있는 형국이다.

부지매입에 아직 나서고 있지않은 공공기관 가운데는 승인이 나고도 아직 부지매입에 필요한 올해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곳도 꽤 있다. 부지매입을 했어도 이전해 올 청사 설계작업을 하지않고 있는 곳도 있다. 심지어 이전 승인이나 이전 지역 결정 문제조차 매듭짓지 못한 곳도 있다.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을 승인해 준 정부도 부지 매입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니 정부의 이 사업 추진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어느기관, 어떻게 준비중인가 = 대구와 경북지역 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한 25(대구12·경북13)개의 공공기관 중 교육과학기술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장학재단 등 3곳을 제외한 22개 공공기관이 이전계획 승인을 받은 것으로 집계돼 있다.

그러나 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한 공공기관들 중 일부는 승인을 받고도 부지매입 예산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거나 청사 이전을 위한 설계 계획만 세워두고 있는 상태다.

대구의 경우 신서 혁신도시로 이전해 올 12개 공공기관 중 교육과학기술연수원은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부지매입도 이전 승인 후로 미뤄놓고 있는 상태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1월21일 이전지 결정은 했으나 변경 승인이 필요한 상태로 올 하반기 부지매입에 나선다는 계획만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통합기관 이전지역이 미결정 상태로 이 기관 역시 이전 지역 결정 후 부지매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며 올 하반기에나 청사 설계에 착수한다는 예정만 갖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지난 5월24일 이전승인 후 올 하반기 부지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며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1월 21일 이전승인 후 지난 4월부터 청사설계 기본계획을 수립중이고 올연말 부지매입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 2008년 이전승인 후 지난 5월13일 부지매입을 했으며, 청사설계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용역 체결을 모두 마친 상태다. 한국사학진흥재단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역시 지난 2009년 8월 5일 이전 승인 후 부지매입(한국사학진흥재단 2009년 완료) 및 청사설계를 준비중이다.

이밖에 한국감정원, 한국가스공사, 중앙신체검사소, 중앙119구조대 역시 지난 2007년부터 지난 1월까지 이전 승인은 완료한 상태로 부지매입(중앙119구조대는 달성공단 개별입지)을 끝내고 청사설계를 진행중이다.

경북 김천혁신도시의 경우 13개 이전 공공기관 모두 이전계획 승인이 끝난 상태다. 이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교통안전공단, 국립식물검역원, 국립종자원, 기상통신소, 조달청품질관리단, 우정사업조달사무소, 한국전력기술(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11개 기관은 토지매입비를 확보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우정사업조달사무소, 한국전력기술(주), 조달청품질관리단 등 5개 기관은 지난 1월부터 5월 사이 부지 매입계약을 마치고 분할 납부에 의해 부지 매입금액을 납부중이고 한국도로공사, 조달청품질관리단, 우정사업조달사무소, 기상청 기상통신소, 한국전력기술(주) 등 5개 기관은 청사를 설계중이거나 설계를 마무리 하고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토지매입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청사를 임차해 사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 좀 더 관심 기울여야 = 신공항 지정이나 4대강 정비 사업이 작금의 현안사업이고 역점사업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해 올 혁신도시 조성사업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전승인을 얻고도 부지매입조차 않거나 부지매입을 위한 예산확보도 안돼 있는 곳이 수두룩한 현실은 지방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반드시 인식, 어떤 식으로든 정부에 어필을 해야만 한다. 지역과 지역민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때의 열기가 갈수록 식어져, 결국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국으로 가서는 안되는 사업들을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다시 한번 공고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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