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달라진 전문대학의 위상과 그 역할
<대구논단> 달라진 전문대학의 위상과 그 역할
  • 승인 2009.02.17 16: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학 명예교수)

전문대학의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특성학과를 설치, 바로 직업과 연계하여 4년제 대학보다 취업이 잘되는 것이 그 큰 이유일 것이다. 올해부터 전문대학 졸업생이 총장명의의 전문학사 학위증을 받게 되는 것도 전문대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문대학이 오늘과 같은 전문교육기관으로 자리 매김하기 까지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필자는 전문대학 교수로 근 30년간 봉직해 오면서 전문대학의 성장과정을 몸소 체험한바 있다. 80년대 초 전문대학은 학생모집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교수들은 학과 정원을 채우지 못할까 전전긍긍, 1년 내내 스트레스에 쌓여있었고 연고지역별로 담당고교를 정해 놓고 입시 전략과 홍보에 골몰하였다. 겨울 방학 중에는 졸업반 학생이 한 학급 밖에 안 되는 두메 골짜기 고교까지 방문하면서 3학년 담임을 만나야만 했다.

다른 전문대학 교수들 역시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다 보니 어떤 시골 고등학교 교무실 입구에는 이런 글이 나 붙기도 했다. `잡상인과 전문대학 교수 출입 금지’ 지나간 얘기지만 그 때는 자존심은 고사하고 자신이 비참해 질 때가 너무 많았었다.

여러 정황으로 전문대학들 간의 위상 적 격차가 없을 수는 없지만 각 전문대학들은 4년제 대학이 갖지 못하는 그 대학만의 특성을 가지고 엔트로피를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국 200여개의 전문대학들 가운데 전문이란 용어를 빼지 않고 00전문대학으로 명칭을 고집하고 있는 열 손가락내외의 대학들은 학생모집의 걱정은커녕 직업 교육의 선두자리를 지키면서 날로 대학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대구의 영진전문대학이 그 좋은 예다. 영진전문대학은 국내는 물론 세계대학으로 그 위상을 넓혀가고 있다. 이 대학의 설립자인 최달곤 초대학장은 우리나라 전문대학 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전문대학의 살길은 4년제 대학에 진학 못하는 학생들을 받아 어정쩡한 교육을 시키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되고 4년제 대학과 확연 구별되는 전문대학만의 특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주문식 교육’을 창안 하였다.

기업 등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학과목과 실습을 병행 교육하여 졸업과 동시 직업현장에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전문인을 육성, 말하자면 전문대학이 수요자인 기업체가 주문하는 인재 공급자로서의 위치에 설 수 있는 틀을 만든 것이다. 영진전문대학 정문에 들어서면 `주문식 교육의 발상지’라고 쓰인 거대하게 놓인 돌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이 대학은 지금 세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입사 당일 바로 현장에 투입, 업무를 말끔히 처리하는 주문식교육의 소문이 외국에까지 알려진 것이다. 한 가지 사례. 얼마 전 일본의 관광서비스분야 9개 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이 대학을 방문하여 7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실시했다.

채용 면접을 본 어떤 기업체 대표는 `예상보다 학생들의 일본어 실력이 우수하고 실무에 대한 지식도 뛰어났다’ 고 평가했다고 한다. 내달 중순에는 일본 자동차 설계 분야의 4개 회사가 채용면접을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학생 교육을 잘 시켜 놓으니 학생이 면접 보러 가는 것이 아니고 업체에서 찾아와서 사람을 채용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은 오로지 주문식교육의 열매로 볼 수 있다.

영진전문대학이 대구 인근 칠곡에 설립한 `대구영어마을’이 아주 성공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영어를 배우고 회화를 잘 하기 위해 많은 학비를 들여 외국연수를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실속 있게 영어권의 문화를 익히고 영어로 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영어교육 공간을 마련한 것 역시 주문식 교육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무한 경쟁시대다.

기업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부도가 나든지 문을 닫아야 한다. 교육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대학을 포함, 400여개나 되는 대학들이 줄어드는 국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속 각축전을 벌여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금은 그럭저럭 학교운영을 하고 있겠지만 얼마 안가서 유수대학과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을 빼고 나면 지방대학들은 학생모집 고충으로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전과 아이디어는 대학 자체의 몫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