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남이 나를 몰라준다하여
<대구논단> 남이 나를 몰라준다하여
  • 승인 2009.02.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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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최근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의 첫 구절 해석을 두고 학자들이 다투는 글을 보았다. 즉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人不知而不溫이면 不亦君子乎아(자왈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낙호아, 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아)’라는 구절을 두고 지금까지는 대개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각 문장을 다로 떼어서 해석을 하였는데, `而’라는 어조사의 역할이 동격(同格)이 아닌 선후(先後) 관계이며, 또한 대구(對句)인 `說’, `樂’, `溫’을 연결된 의미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이를 한 문장으로 연결하여 해석하는 것이 본래의 말뜻에 좀 더 충실히 다가가는 일이 된다는 주장이다.

공부를 하고 익히는 것은 기쁨이지만 사람이 모든 것을 다 배워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설사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에 화를 내거나 속상해 할 이유는 없다고 보아, 배우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되 모르는 것에 화내지 않는 것이 참된 군자(君子)라는 것이다.

또한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오면 또한 즐겁지만 설혹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를 내어서는 아니 되며, 마지막 `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아’라는 구절도 지금까지는 대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고 읽어왔는데, 이는 앞의 두 구절과 연결해야 올바른 해석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에 종래의 해석이 참된 말뜻이라면 역으로 `남이 나를 알아주면 기뻐한다.’는 소리가 되어 버리는데 이것은 공자가 말하는 참된 군자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공자의 생각은 `군자는 공부한 것을 때로 익히는 것을 마치 옛 친구가 갑자기 찾아왔을 때처럼 기뻐해야 하지만(기쁜 일이지만) 사람이 모르는 것이 있다 해도 그것에 화를 내지 않고 꾸준히 접근하니 이것이 군자가 학문을 대하는 참된 자세이다’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구절을 보태어 `공부한 것을 때로 익히는 것은 즐겁지만 모른다 하여 화낼 필요는 없으며, 멀리 사는 친구가 찾아오면 아니 기쁘랴만 찾아오지 않는다하여 섭섭해 하지 않으며, 사람이 나를 몰라준다하여도 화를 내지 않아야 참된 군자이다.’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는 앞의 두 구절에 대한 해석으로 미루어볼 때, `사람이 나를 몰라준다 하더라도 성내지 않아야 하며 도리어 자신의 부족함을 살펴 그것을 메우기 위해 진실로 노력해야만 참된 군자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자기가 중용(重用)되지 못하면 자신을 몰라준다하여 섭섭해 하기가 쉽다. 그러나 중용되지 못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자신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객관적인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해당 업무 수행 능력, 과거의 실적, 성격이나 태도, 아니면 아직도 시기가 되지 않았거나, 하다못해 `운이 따르지 않았다.’라는 이유 등 무슨 이유든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섭섭해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도리어 빠르게 자신의 의지를 달성하는 수단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그 원인을 밖으로 돌리기도 하고 안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른바 외적귀인(外的歸因, external attribution)과 내적귀인(內的歸因, internal attribution)을 하는 것이다. 외적귀인은 일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것이고 내적귀인은 이른바 `내 탓이오.’로 대표되는 자기 귀인 태도이다. 콜버그의 도덕 발달 단계 이론에 의하면 성숙한 사람일수록 내적귀인 성향이 높다고 한다.

관공서의 인사철이 되면 한동안 가슴앓이를 해야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은 자신의 복(福)이고, 그 복은 자신이 짓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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