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잊어버린 영웅
<기고> 잊어버린 영웅
  • 승인 2010.12.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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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현 기 대구지방보훈청 선양교육팀장

요즈음 북의 연평도포격 도발로 인한 안보 불안에 이어 경북지역을 강타한 구제역이 경기지역을 거쳐 강원도까지 퍼지고 있다는 소식에 우울한 마음이다. 더구나 금년 연말에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한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 겨울의 추위를 녹여 보자. 새해에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기를 기원해 본다.

지난달 23일 북괴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 후 많은 이들이 해병대 지원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지난 13일 마감된 12월 해병대 지원자가 크게 늘어 977명 모집에 3천488명이 지원해 3.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해병대 지원율 2.1대 1을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젊은이들의 이런 의식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어쩌면 우리민족의 의식 속에 면면히 이어져온 민족정신이 표출 된 것이 아닐까? 멀리 신라시대의 화랑정신에 근원하고, 가까이는 6·25전쟁에서의 학도의용군으로 표출된 정신으로, 한반도라는 지형적, 위치적 환경이 이런 민족의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9일 청도군 이서면에 소재한 이서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내에 있는 `6·25참전비’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적에 밀리던 국군이 최후의 방어선인 낙동강 방어전선을 형성하고 격전을 치루고 있을 무렵인 1950년 8월 23일 이서고등공민학교 학생 31명은 홍영기 선생의 인솔 아래 군부대를 찾아가 자원입대하게 된다.

이후 영천 신령전투에 참가하고, 국군의 반격이 시작되자 서울 원주 철원 평북 강계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하던 중 충북 단양전투에서 4명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동기생들은 1986년에 모교 교정에 추모비를 세우고 해마다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진해 전장으로 달려 나간 그 빛나는 애국정신과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에는 이서고등공민학교 학생 뿐 아니라 전국에서 수많은 학생들 적어도 5만 이상의 학생들이 참전했고, 7천여 명이 전사했다.

학생의 신분으로 어린나이에 참전해 계급과 군번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고, 기록이 남아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학도의용군에 대한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6월에 상영된 `포화속으로’란 영화는 학도의용군의 참전 실화를 그린 것이다. 71명의 학도병이 적을 맞아 새벽부터 11시간 동안 벌인 전투는 진한 감동이었다.

참전을 자원한 학생 71명이 3사단 후방 지휘소가 있던 포항여중을 찾아 간 것은 1950년 8월 9일이였다. 지휘소는 학생들에게 M1 소총과 실탄 250발씩을 지급한 뒤 포항여중에 남겨두고 후방으로 철수했는데, 8월 11일 새벽 4시 적의 공격이 시작되고 11시간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이 전투에서 48명의 학도병이 전사했지만, 적의 남진을 지연시켜 국군과 민간인이 형산강 이남으로 후퇴할 수 있게 했다.

학도의용군의 참전 사례는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자 예상되는 위험을 회피하려 하지 않고 자원해 나섰던 학도의용군들에 대해 늦었지만 적극적인 자료발굴과 평가, 그리고 명예선양 사업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서중·고등학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팔조령 휴게소에 내려서자 산 아래 멀리 이서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3한 시대 이서고국의 평화스러운 정경이 그려지는 곳이다. 차가운 바람을 얼굴가득 맞으며 다시 학도의용군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전국 각지에서 스스로 펜 대신 총을 들고 나섰던 신념에 찬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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